미국은 1969년 달에 첫발을 디뎠고 이후 다양한 국가들이 인공위성을 궤도로 보내고 있으며, 이제는 달을 넘어 더 먼 우주로 탐사를 확장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심우주 탐사를 준비하기 위해 인류는 궤도상의 우주정거장에서 머물며 다양한 과학 실험을 수행하고 있다. 궤도에서 인간이 가장 크게 체감하는 환경의 차이는 바로 중력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력이 느껴지지 않는 환경에서는 “두 발로 서 있다”는 개념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 사람은 마치 물속에서 헤엄치는 것처럼 몸을 가누어야 하고, 작은 움직임에도 몸이 쉽게 떠다닌다. 몸속 체액 또한 아래쪽이 아니라 폐와 뇌 쪽으로 이동하게 되어 두통이나 메스꺼움 등을 경험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무중력 현상은 중력이 사라져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우주정거장과 그 안의 물체가 모두 지구를 향해 같은 속도로 자유 낙하하고 있기 때문에 바닥을 누르는 힘이 사라지고, 그 결과 물체는 무게를 느끼지 못한다. 이러한 상태를 무중량 상태(weightlessness)라고 한다. 이러한 현상은 Newton이 『Principia』에서 제시한 사고실험에서도 예측된 바 있다. (그림 1)
그림1. Illustration from Issac Newton, Principia, VII, Book III, p.551
일상에서도 순간적으로 무게가 줄어드는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가 급하게 내려갈 때나 놀이공원의 자이로드롭, 롤러코스터와 같은 놀이기구를 탈 때이다. 이러한 현상을 직관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흔히 무중력 상태(0-g, zero gravity) 또는 저중력 상태라고 부른다. 지표면에서의 중력 가속도는 약 1g(9.8 m/s²)이지만, 무중력 환경에서는 이를 0g에 가까운 상태로 표현한다.
이러한 환경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기 위해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2025년 기준으로 실제로 우주에서 무중력을 경험한 우주인은 약 650명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들 역시 처음부터 우주로 간 것은 아니며, 다양한 지상 및 비행 실험을 통해 단계적으로 무중력 환경을 경험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우주를 꿈꾸지만 실제로 사람이 우주에 가서 무중력을 체험하는 것은 여전히 매우 제한적이고 비용이 높은 일이다. 따라서 사람 대신 실험 장치를 이용하여 무중력 환경을 만드는 다양한 방법이 연구되어 왔다.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우주정거장에서 실험을 수행하는 것이다. 발사체 위에 사람이 탑승할 수 있는 캡슐을 실어 궤도로 보내고, 지구를 돌면서 무중력 환경에서 실험을 진행한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우주인 선발과 장기간의 훈련이 필요하며 비용 또한 매우 크다. (그림 2)
그림2. 우주인으로 궤도상 우주정거장에서 무중력을 느낄 수 있는 방법 (credit : NASA)
사람 대신 실험 장치를 이용하여 무중력 환경을 만드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가 과학로켓을 이용하는 것이다. 작은 실험 장치를 로켓 상부에 탑재하고 로켓 연소가 끝난 뒤 분리하여 자유낙하 시키면 지면에 도달하기 전까지 무중력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이러한 방법은 궤도 실험보다 비용이 훨씬 적지만 무중력 유지 시간은 약 10분 이내로 제한된다. 또한 실험 장치 회수와 낙하 지역 안전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 이때 확보되는 무중력의 quality는 약 10-4∼10-6g 수준이다.
그림3. 과학로켓을 이용한 무중력 실험 방법의 예
(Moving mass control system in conjunction with brain emotional learning-based intelligent control for rate regulation of suborbital reentry payloads, Proc IMechE Part I: J Systems and Control Engineering 226(9) 1183–1192)
국내에서는 과학 로켓의 운용이 아직 제한적이지만,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도 민간 기업의 과학 로켓 발사 기회를 활용하여 간단한 무중력 실험을 수행한 사례가 있다. 비록 완벽한 데이터를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과학 로켓을 이용한 무중력 시험 절차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성과였다. (그림 4)
그림4. 민간 과학 로켓을 이용한 무중력 시험, 원판 위에 달린 구조물이 무중력 시험 시편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는 비행기를 이용한 포물선 비행(parabolic flight)이 있다. 항공기가 포물선 궤적으로 비행하는 동안 약 20초 정도의 무중력 환경을 만들 수 있으며, 한 번의 비행에서 20~30회 정도 반복 실험이 가능하다. 실험 장비의 크기 제한이 상대적으로 적고 회수가 쉽다는 장점이 있지만, 비행 운영 비용이 높고 무중력 quality가 10-2∼10-3g 수준으로 비교적 낮다는 한계가 있다. (그림 5,6)
그림5. 포물선 비행의 궤적 (ESA)
(https://www.esa.int/Education/Fly_Your_Thesis/Parabolic_manoeuvres)
그림6. 포물선 비행 중 무중력 체험 (NASA)
(https://www.nasa.gov/mission/parabolic-flight/)
우주정거장, 과학 로켓, 포물선 비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반복 시험이 가능한 방법이 바로 낙하시험이다. 높은 곳에서 실험 장치를 자유 낙하시켜 물체에 작용하는 수직항력을 제거하면 짧은 시간 동안 무중력 환경을 만들 수 있다.
낙하시험에서 확보할 수 있는 무중력 시간은 낙하 높이에 따라 결정되며 간단한 물리식으로 계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약 5초의 무중력 시간을 확보하려면 120m 이상의 높이가 필요하며 이는 대략 아파트 40층 정도에 해당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는 먼저 7m 높이에서 낙하 기술을 확보한 뒤, 약 150m 규모의 낙하시험 시설을 확보하였다. 이 높이는 현재 미국과 독일에서 운영 중인 무중력 낙하 시설과 유사한 수준으로, 이론적으로 약 4.7초의 무중력 환경을 만들 수 있다. 다만 해외 시설들이 진공 상태에서 시험을 수행하는 것과 달리 국내 시설은 대기 중 낙하 방식이기 때문에 이론적인 시간보다 다소 짧은 무중력 시간이 확보된다. (그림 7)
그림7. 아산그린타워를 활용한 무중력 환경 모사를 위한 낙하시험
실험 준비 과정에서는 내부 실험 장치를 외부 낙하 캡슐에 탑재하여 낙하시험을 진행한다.
약 140m 이상의 높이에서 낙하하는 동안 실험 장치는 무중력 환경에 놓이게 된다.
2026년 수행된 실험에서는 약 3.2초 동안 10-4g 수준의 고품질 무중력 환경을 확보한 결과가 확인되었다. 이는 대기 중 낙하 방식으로 얻을 수 있는 비교적 긴 무중력 시간에 해당한다. (그림 8)
그림8. 무중력을 체험하는 낙하 캡슐 사진, 140 m ~를 낙하한다.
이러한 시험에서는 간단한 무중력 현상도 관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실에 매달린 인형은 중력이 있을 때는 아래로 팽팽하게 늘어져 있지만, 무중력 상태에서는 아래로 당기는 힘이 사라져 실의 탄성에 의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바닥에 서 있던 인형 역시 낙하 순간 발생하는 작은 충격에 의해 떠오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장치를 zero-g indicator라고 부른다. (그림 9, 10)
그림9. 무중력 전, 인형들이 실에 매달려 있고, 지면에 서있다.
그림10. 무중력 구간, 인형들이 떠있고, 실에 매달린 인형은 실이 꼬이면서 천장 방향으로 올라간다.
실제로 우주선 내부에서도 작은 인형이 떠다니는 모습을 통해 현재 무중력 상태인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SpaceX Dragon이나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도 이러한 zero-g indicator 인형을 볼 수 있다. (그림 11, 12)
그림11. Space X Dragon 내에서 발견되는 Zero-g indicator 인형 (SpaceX)
그림12. ISS에 올라간 Zero-g indicator 인형들
(Reddit, Inge5925, https://www.reddit.com/r/SpaceXLounge/comments/1fumklp/my_crew_dragon_zerog_indicator_collection_is_back/)
무중력 연구가 시작된 배경에는 발사체 기술 발전이 있었다. NASA Glenn Research Center의 Zero Gravity Facility 역시 아폴로 달 탐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개발된 시설이다. 지상에서는 연료가 항상 중력 방향으로 모여 있기 때문에 연료탱크 하부에서 연료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지만, 무중력 환경에서는 액체가 특정 방향에 머물지 않기 때문에 연료 관리 방식 자체가 달라진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대륙을 넘어 더 넓은 우주로 나아가고자 노력해 왔다. 그러나 지상에서 개발된 대부분의 기술은 중력 환경을 기준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우주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그대로 이해하거나 예측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연구자들은 지상에서 가능한 한 우주와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 다양한 실험을 수행하고자 노력해 왔으며, 낙하 타워를 이용한 무중력 실험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중력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환경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우주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미리 관찰하고 실험할 수 있다.
결국 무중력 연구는 단순한 과학적 호기심을 넘어 인류가 더 멀리 우주로 나아가기 위한 기반 기술을 마련하는 과정이다. 낙하 시험과 같은 지상 기반 무중력 연구는 앞으로의 우주 탐사와 우주 산업 발전을 위한 중요한 연구 분야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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