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FI

연약할수록 귀히 여기사 1

2025년 7월 통권 238호

 1부

혹시 그 얘기 들어 봤어? 1992년에 우리나라에서 종말론 소동이 크게 일어났다는 얘기 말이야. 1992년 10월 28일이 되면 성경에 적힌 무슨 예언대로 독실한 기독교인들이 다 같이 신발만 남기고 하늘로 올라가든지, 허공으로 뿅 사라지든지 해서 세상이 온통 뒤집힐 거라는 헛소문이 퍼지는 바람에 사회적으로 엄청 큰 화제가 되었다더라고. 당시에는 그걸 이끌 휴 자에 들 거 자 써서 ‘휴거’라고 했다나, 뭐라나. 

한국에서 시작된 소문은 아니라더라고. 외국 교회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돌던 얘긴데, 그걸 80년대 언제쯤에 웬 목사 하나가 번역해 들여와서 퍼뜨린 게 발단이었다는 것 같아. 책도 내고, 선교 단체도 만들고……. 뭐, 휴거 신봉자들이 실제로 문제 될 만큼 활개 치고 다닌 건 90년대 들어서였겠지만. 그즈음이 딱 세기말이었잖아? 걸프전 터졌지, 소련 망했지, 노스트라다무스도 무슨 예언을 해 놨다지, 조만간 여태까지 알던 세상이 다 뒤집힐 것만 같던 뒤숭숭한 분위기였으니 새로운 종말론 퍼뜨리기도 쉬웠을 거 아냐. 그렇게 열심히 전도하면서 교세를 쑥쑥 불리다가, 휴거가 일어난다는 92년 10월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오니까 신도들이 더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는 바람에 일이 수면 위로 드러난 거지.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있었다더라? 맞다, 우선은 전 재산을 교회에 갖다 바치는 사람이 전국 여기저기서 나왔대. 아마 휴거할 때 돈은 못 갖고 갈 것 같아서 그랬겠지. 또 뭐야, 자식 데리고 가출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던 모양이고. 그 정도면 다행이지, 심지어는 어차피 망할 세상 더 살기가 싫어졌다고 자살하는 사람까지 생겼다지 뭐야. 이 지경이 되니까 당연히 나라에서는 어떻게든 사태를 진정시키려고 했지. 그래서 무슨 수를 썼는지 알아? 처음에 소문 퍼뜨린 목사가 휴거 날짜 이후에 만기 되는 채권을 샀단 걸 알아내서는, 자기도 안 믿는 헛소리로 신도들 속인 거 아니냐고 냉큼 사기죄로 구속해 버렸대. 똑똑하지. 머리 잘 썼지.

그런데 있지, 그 시점에선 이미 목사 한 사람 잡아넣는다고 잠잠해질 일이 아니게 돼 있었거든. 왜 그랬는지 알아? 하필이면 휴거가 일어난다는 근거라고 그 목사가 내놓은 게 ‘꿈에서 계시를 받았다’라는 식이었대. 그러다 보니까 자기도 비슷하게 꿈에서 예언, 계시, 뭐 그런 걸 들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진작에 우후죽순 나왔다더라고. 이렇게 비슷한 꿈을 꾼 사람이 여럿 있었다면, 목사가 사기를 쳤든 말든 휴거는 진실일 수 있는 거잖아? 정부에서도 이상한 꿈 꿨다는 사람들까지 다 잡아넣을 수는 없었고 말이야.

아, 그렇고말고. 당연히 그러는 사람도 잔뜩 있었겠지. 목사님이 사기꾼일 리가 없다고, 억지로 잡아가서 입을 막는 걸 보니까 뭔가 일어나려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하면서 믿음을 더더욱 다잡았을 지긋지긋한 부류……. 사람이 뭐 이상한 거 하나를 굳게 믿기 시작하면, 옆에서 누가 어떻게 말리든 설득하든 도통 소용이 없는 법 아니겠니. 오늘 토론회 때도 봤잖아? 바깥 날씨가 이 모양 이 꼴인데, 도대체 어떻게 하면 우리가 여태껏 기후 위기 얘기를 꾸며냈다고 믿을 수가 있는지, 사람 생각이란 게 가끔 보면 참 재밌다니까.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아, 맞다. 휴거 소문을 수습할 수가 없게 됐다고 했지. 사람이 헛소문 믿는 걸 법적으로 막을 방법은 결국 없었으니까. 그래서 휴거가 일어난다는 당일이 되니까 휴거 믿는 신도들이 저마다 하얀 옷 차려입고 교회에 모여선, 정말로 밤이 새도록 막 기도를 드리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 거야. 당연히 방송국에서도 오고, 경찰도 혹시 무슨 일 터질까 봐서 오고, 그냥 구경꾼도 몰려들고 해서 진짜 종말이 올 것처럼 분위기가 기묘해졌지. 어느 교회에서는 자기네가 휴거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중계용 TV를 설치한 데까지 있었다지 뭐야. 그렇게 점점 예언에 나온 휴거 시간인 자정이 다가오고, 기도 소리가 점점 커지고……. 

그러고선 뭐, 어떻게 됐겠어? 그야 당연히 아무 일도 안 일어났지. 하늘로 날아간 사람도 없고, 실종된 사람도 없고, 세상은 아주 그대로고. 경찰에서는 자기네가 깜박 속았다고 생각한 신도들이 극단적인 짓을 벌이지 않을까 걱정한 모양이던데, 그런 불미스러운 사태마저도 딱히 없었다고 하더라. 붙잡혀서 두들겨 맞기 전에 후다닥 도망간 목사들은 있었다고 하지만 말이야. 하여간 예나 지금이나, 사람은 모름지기 민첩하고 볼 일이라니까.

그래서 옛날 종말론 소동 얘기는 갑자기 왜 꺼냈느냐고?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

어차피 지나간 일인데. 우리하고는 이제 아무 상관도 없는데.

*****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 그래, 그래, 그거. 금방 대답해 주려던 참이었어. 

그런데 너도 참 별 쓸데없는 걸 다 걱정한다, 진짜. 내가 우울하고 예민하고 화가 잔뜩 나 있었던 동안 네가 걱정한 건 물론 당연하고, 신경 써 줘서 정말 고맙다고도 생각하고 있어. 하지만 지금은 안 그렇잖아. 요즘처럼 기분이 좋았던 건 거의 십 몇 년 만에 처음이란 말이야. 그런데 도대체 그게 왜 역으로 더 걱정된다는 거야? 그야 내가 기분 좋아 보이는 게 너한테 좀 낯설 수야 있겠지만, 그렇다고 막 호들갑을 떨면서 이유를 꼬치꼬치 캐물을 일까지는 또 아니잖아. 그냥 아, 무슨 기쁜 일이 있었구나, 하고 넘어가면 되지. 혹시 내가 웃는 게 그렇게 어색해? 봐, 이래도? 이래도?

알았어, 알았다고. 뭘 수상하게 생각하는지는 나도 충분히 이해해. 그냥 기분만 좋아 보이는 게 아니다 이거지? 성격이 전 같지 않다든가, 아예 딴 사람 같다든가 뭐 그런 소리잖아. 아마 오늘 토론회 때문에 더 그랬을 테고. 응, 네 말대로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요한 토론 자리에서 그런 질문을 연속으로 받았으면, 기후 위기 부정론자 다음으로는 무슨 돈 얘기 꺼내면서 훈수나 두는 작자가 마이크 잡고 헛소리 늘어놓는 꼴을 봤으면, 분명히 내 성질을 못 이겨서 벌컥 화부터 냈다가 막말이라고 인터넷에 박제당하고 그랬을 거야.

더군다나 이번에는 정말 화낼 만한 소리였지, 그치? 절지동물 개체수 감소가 왜 심각한 문제이며 당장 국가적으로 힘을 모아 대응해야 하는지를 한참 설명해 줬더니, 그거 듣고서 하는 말이 ‘벌레가 없어지면 좋은 거 아닌가요?’라면 이 분야 연구자 누구든 못 참고 버럭 했을 걸. 아, 그래. 너무 납작하게 요약하긴 했다. 그 사람은 자기 나름대로 매년 해충 잡는 데 드는 돈, 해충이 옮기는 질병 때문에 나가는 돈 계산해 와서 얘기한 건데. 더 시급한 환경 문제가 많이 있는데 파리랑 모기 줄어드는 일을 굳이 돈 들여서 막아야 하느냐고 말이야. 또 뭐랬더라? 맞다. 환경이 바뀌면 곤충들이 알아서 적응할 거라고도 했지. 여태 적응 잘해갖고 온 세상에 널리 퍼져 있는 거 아니냐면서. 나, 참. 책 한 권만 읽은 사람이 제일 무섭다더니. 

맞아. 반박하자면 얼마든지 평소처럼 반박할 수 있었어. 절지동물이 생태계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생태계란 것이 얼마나 복잡하게 서로 얽혀 있는지, 급격한 기후 변화 때문에 가장 취약한 종 하나가 미처 적응할 새도 없이 멸종하면 그토록 복잡한 생태계가 얼마나 큰 피해를 보는지……. 그리고 지난 수십 년 동안 온 세계에서 절지동물의 종 다양성과 개체수가 얼마나 급격하게 감소해 왔는지도. 밤에 차 몰고 가다 보면 앞유리에 부딪혀 죽는 날벌레 수가 너무 줄어들어서 아예 ‘앞유리 현상’이라는 단어까지 만들어질 지경이 됐는데, 여기에서 정말로 위기감이 하나도 안 느껴지느냐고 막 따질 수도 있었겠다. 무섭지 않으냐고. 이게 정말로 당장 대응해야 할 문제가 아닌 것 같냐고.

그런데 왜 아까는 이 얘기를 따발총처럼 쏘아대지 않았느냐는 거잖아, 그치? 그냥 ‘잘 들었습니다’ 하면서, 웃으면서 고개 끄덕인 게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거 아냐. 앞유리 현상이건 무엇이건 어느 하나 해결된 게 없는데도, 오히려 점점 나빠져 가고만 있는데도. 그러게 말이야. 기분이 좋아질래야 도통 좋아질 수가 없지. 매일매일 토할 것 같은 느낌을 꾹꾹 참으면서 사는 수밖에 없지. 계속 그 꼴이었어. 연구하고 논문 읽고 그놈의 프로젝트에서 구르는 동안 나는 그냥 줄곧, 줄곧 다 토하고 싶기만 했어.

아, 이걸 내가 정확히 말을 안 했나? 딱 좋네! 여기서부터 시작하면 되겠다. 내가 왜 갑자기 싱글싱글 웃게 됐는지, 왜 헛소리를 듣고서도 화를 안 내게 됐는지 알고 싶단 거잖아? 그러면 먼저 얼마 전까지 내가 그렇게 죽상을 하고서 만사에 화를 내고 다닌 이유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하는 게 올바른 순서일 거 아냐. 그래, 그야 물론 절지동물이 줄어드는 일하고 관련된 이유야. 최근까지 몸담고 있던 곤충 연구 프로젝트랑 관련된 이유기도 하고. 최근에 내가 한 일이 그거 말고 더 있겠니. 일자리가 뭐 얼마나 많은 직업이라고.

생각해 보니까 너도 그 프로젝트가 정확히 어떻게 굴러갔는지, 내가 곤충을 갖고서 정확히 어떤 연구를 하고 있었는지 빠삭하게 아는 건 아니겠다. 아, 그거는 걱정하지 마. 비전문가도 알아듣기 쉽게 잘 설명해 줄 테니까. 아까 토론회 때 했던 것처럼……. 그러니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단순히 벌레 개체수가 줄어들어서 우울했던 건 아니었어. 그건 우울해지기엔 너무 익숙한 비극이었거든. 무엇보다 너도 잘 알다시피, 연구자를 정말로 우울하게 만드는 건 다가오는 비극 그 자체가 아니잖아.

다가오는 비극의 원인을 도무지 알아낼 수가 없을 때.

그때야말로 우리는 정말 울고 싶어지는 거야.

*****

그래, 온 세상의 절지동물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어.

그래, 우리는 그 이유를 정확히 몰랐지.

차라리 기후 변화 때문이다, 아니면 살충제 때문이다, 그렇게 한 마디로 결론 내릴 수 있었다면 다들 비참한 가운데서도 조금씩은 더 행복했을 거야. 하지만 세상일이 그렇게 간단히 설명되는 거라면 《네이처》나 《사이언스》에 논문을 못 실을 사람이 어디 있겠어, 안 그래? 물론 기후 변화의 영향을 부정할 수는 없지. 몇몇 서식지에서는 살충제가 더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 것도 맞지만. 또 해양 절지동물, 이를테면 따개비 같은 애들은 오염에 더 직접적으로 타격을 입기도 해. 게나 가재 중에는 남획 피해가 심각한 경우도 종종 있고. 응, 그거야. 복합적인 요인. 문제가 너무 복잡해서 원흉 하나만 속 시원하게 짚을 수가 없단 슬픈 사실을 우리가 좋게좋게 얼버무리려고 가져오는 표현이지. 

그럼, 그럼. 문제에 복합적인 요인이 있는 건 괜찮아. 아까도 말했다시피, 세상만사가 원래 그렇게 복잡한 법 아니겠어? 진짜 문제는 ‘복합적인 요인’만으로 도통 얼버무려지지 않는 구석이 있을 때지. 숫자 말이야, 숫자. 데이터. 지금까지 알려진 모든 요인의 영향력을 추정해서 빼 봐도 여전히 잠잠해지지 않고 그래프에서 툭툭 튀어 오르는 뾰족뾰족한 놈들. 알겠어? 멸종위기 절지동물이 사라지는 속도가 너무 빨랐어. 지구가 뜨거워지는 속도보다도, 서식지가 파괴되는 속도보다도 항상 조금씩은 더 빨랐단 말이야. 

그것만이 전부가 아냐. 사라지는 패턴도 영 이상했지. 생각해 봐. 만일 절지동물 개체수가 줄어드는 주된 원인이 기후 변화였다면 기후 변화에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지역에서,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종한테서 개체수 감소가 두드러져야 할 거 아냐? 살충제가 주원인이라면 살충제를 많이 쓰는 지역에서 제일 개체수 감소 폭이 크고, 살충제 사용을 일찍 금지한 지역에서는 폭이 작아야겠지. 그런데 전혀 안 그랬어. 데이터를 어떻게 취합하고 보정해도 도무지 설명이 안 되는 사례가 너무 많았어.

어디 보자, 당장 기억나는 사례가……. 아, 그래. 헤마토피누스 올리베리. 학명이 그렇단 거고, 한국 이름을 짓자면 대충 ‘아기멧돼지이’ 정도 되려나? 응, 맞아. 이의 일종이지. 아니, 네가 말한 건 새끼 멧돼지고. 아기멧돼지는 그냥 이름이 ‘아기멧돼지’인 쪼끄만 멧돼지 종이야. 아기멧돼지이는 바로 그 종 하나에만 기생해서 피 빨아먹고 사는 곤충인데, 하필 그놈의 아기멧돼지가 인도에만 백 마리쯤 간신히 남아있는 멸종위기종이라 얘도 같이 멸종위기였거든. 그런데 아기멧돼지가 당장 오늘내일하는 종은 또 아니었단 말이야. 기생 절지동물 개체수는 기후나 뭐 그런 요인보다도 일단 숙주 개체수에 제일 크게 영향을 받으니까, 야생 아기멧돼지가 갑자기 떼죽음이라도 당하지만 않으면 아기멧돼지이도 그냥저냥 목숨은 부지할 수 있겠다는 게 상식적인 예측이었지. 

그런데, 맞아, 그렇게 되질 않더라고. 아기멧돼지 개체수는 최근 몇 년 사이에 한 10% 정도 줄었나 그랬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놈들 털 사이에 득실거리던 아기멧돼지이는 가장 최근 조사에서 아예 한 마리도 발견이 안 됐대. 줄어든 정도가 아니라, 아예, 모조리. 따로 누가 약을 친 것도 아니고, 없던 천적이 생긴 것도 아니고, 갑자기 기생충만 싹 쓸려나갈 만한 다른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말이 안 되지. 이걸 뭐 어떻게 설명하겠어. 인도 학자들이 논문에 그냥 그렇게 써놨더라. 현재로서는 원인을 전혀 짐작할 수가 없다고. 

황당하지? 더 황당한 얘기도 해줄까? 아기멧돼지이만 그런 게 아냐. 곤충학 연구실에 한참 빌붙어 있다 보니까 이런 비슷한 얘기가 거의 매일 같이 들리더라고. 어디서 무슨 종이 급감했다, 저기서는 또 뭐가 없어졌다……. 대체로는 이미 멸종위기종이라고 알려진 종들이었어. 그야 멸종위기종일수록 환경 변화에 더 취약한 건 당연하지. 아주 사소한 변화 때문에 갑자기 훅 사라져 버리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고. 그래도 최소한 그 변화가 뭐였는지 설명은 할 수 있어야 하잖아? 전 세계에서 오로지 동굴 한 군데에만 서식하는 귀뚜라미 여섯 종 중에 딱 하나만, 산불 때문에 서식지가 박살이 나서 개체수가 계속 줄어들던 잠자리 열한 종 중에 딱 하나만 난데없이 사라지고 그러면 안 된다는 소리야. 멸종이란 게 언제부터, 누군가 IUCN 적색목록에 오른 절지동물 목록 훑어보다가 무작위로 빨간 줄 휙휙 긋는 것처럼, 그런 식으로 아무런 전조도 규칙도 없이 벌어지는 일이었냐고. 

응, 답답했지. 답답할 수밖에 없었지. 논문으로 나와서 곤충학자들한테 언급이라도 되는 종은 그나마 운이 좋은 편이란 걸 알았으니까. 계속 붙잡고 연구하는 사람이 남아있기라도 한 귀뚜라미나 잠자리도 눈 깜짝할 새 이렇게 휙휙 사라지고 있다면, 내 원래 전공 쪽은 지금쯤 도대체 어떤 꼴이 나 있겠어? 재난이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닥치면 걔네라고 멀쩡할 리가 없잖아. 그래서 뭐, 올라오지도 않는 새 논문이나 하루 종일 검색하면서 쓸데없이 마음이나 졸이고……. 그러는 동안에도 절지동물 개체수가 대체 왜 이렇게까지 이상하게 감소하는지, 그 원인을 누가 알아낼 기미라고는 도통 보이질 않고. 

계속 그렇게 생각했어. 나는 손발 꽁꽁 묶여서 선로에 누워 있는데, 저기서 열차가 막 칙칙폭폭 다가오는 중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라고. 눈앞의 일을 어떻게든 해야 한다는 건 아는데, 내가 뭘 해야 할지는 전혀 모르겠다고. 그래서 논문만 읽고 또 읽고, 그것 말고는 정말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 거야. 이런 상황에서 웃을 수 있는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최소한 나는 아니었어. 정말 어떻게 애를 써 봐도 저 앞에서 달려오는 열차가 빤히 보이니까 도저히, 도저히 웃을 수가 없었어. 

*****

어떻게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웃으면서 할 수가 있냐고?

기다려 봐, 지금 열심히 설명하는 중이잖아.

설명, 그래. 여태껏 설명 진짜 많이 했지. 온 세상의 절지동물이 죄다 사라지는 동안 정말로 손 놓고 멍하니 있을 수는 없었으니까. 너무 늦어 버리기 전에 원인을 알아내고 대책을 세우려면 이놈의 자본주의 세상에서 뭘 가장 먼저 해야겠어? 연구 예산부터 따야 할 거 아냐. 높으신 분들 붙잡고서 왜 이게 주식이나 집값보다 더 심각한 문제인지, 어째서 지금 당장 우리한테 연구비를 퍼줘야 하는지 구구절절 기초 교육을 해줘야 했다고. 생태학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말은 또 더럽게 안 듣는 인간들한테 말이야. 

진짜 신기하지 않아? 절지동물 개체수가 이렇게 어마어마한 속도로 급감한다는 건, 생태학적 관점에서 보면 거의 운석이 떨어지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거든. 그리고 옛날 영화에서 보면 운석 떨어지는 거 막겠다는 과학자들한텐 국가가 돈이고 인력이고 다 퍼주거든. 제발 저 운석을 좀 막아 달라고 엄청 진지한 얼굴로 부탁하면서. 그런데 현실은 정반대란 말이야. 정부에서 운석 막아 달라고 우리한테 부탁하기는커녕, 제발 우리 힘으로 저 운석을 좀 막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우리가 정부에다가 거의 구걸해야 한단 말이지. 뭐, 그렇게 구걸해서 돈 몇 푼이라도 받아낼 수 있으면 다행이고 말이야.

그리고 그걸 해내는 게 연구자의 진짜 실력 아니겠니. 곤충학자들하고 일해 보니까, 와, 걔들은 그래도 제법 실력이 좋더라. 절지동물 연구하는 그 모든 분야 중에서 곤충학만 그나마 살아남은 이유가 있더라고. 아, 그렇다고 상황이 엄청 좋은 건 아니라고들 하지만 말이야. 우리 연구실 놈들은 뭐더라, 지난 4년간 세계 상위 100대 대학에서 곤충학과가 몇 개나 문을 닫았는지 아느냐고 엄청 투덜거리더라. 그 어떤 종보다도 실은 자기네 곤충학자들이 진짜 멸종위기종이라는 거야. 진짜 멸종한 분야 연구자 앞에서 할 소리냐, 그게……. 나도 연구자니까 하는 말이지만, 하여튼 이 연구자란 놈들은 눈치가 없어도 진짜 신기하게 없어요. 이러니 사회에서 적응을 못 하고 싹 멸종했지.

아무튼! 그 대단하신 곤충학자들이 어떻게 연구 예산을 따오는지 혹시 알아? 모르지? 내가 특별히 비법을 알려줄게. 꿀벌이야, 꿀벌. 곤충 개체수가 줄어든다는 얘기를 아무리 해봐야 오늘 토론회에서처럼 ‘모기 없어지면 좋은 거 아닌가요?’ 하는 멍청이들이 어쭙잖게 시비나 걸어대서 도무지 일이 진행되질 않으니까, 제대로 설명하는 대신 기회만 되면 망할 꿀벌을 들먹여서 급한 돈부터 타 내는 거야. 천재들 아니냐, 진짜? 꿀벌은, 꿀벌은 도대체가 무슨 꿀벌이야. 곤충이 수십만 종이나 있는데 왜 꿀벌이냐고. 왜 그놈의 꿀벌만, 꿀벌만 돈을 따오느냐고.

아니, 아니, 아니! 내가 꿀벌을 싫어한다는 게 아니고! 꿀벌 좋지. 귀엽지. 노랗고 까맣고 침도 있고, 또 뭐냐? 날아다니고. 노랗고, 어, 까맣기도 하고. 그렇지만 꿀벌은 많잖아. 걔들은 안 멸종한다고. 세상에서 인류가 그렇게 열심히 돌봐주는 곤충이 달리 없는데 도대체 뭐가 걱정이야? 양봉업이랑 농업이 통째로 엮여 있다시피 하니까 굴러가는 돈의 단위가 달라서, 개체수가 조금만 줄어들라치면 바로 나라에서 나서갖고 어떻게든 살려 놓잖아. 그래서 절지동물 개체수 감소를 연구하려면 아기멧돼지이가 아니라 꿀벌을 대표로 세워야 하는 거야. 국회에다가 꿀벌이 위험하다, 이러다 꿀벌 다 죽는다, 그런 소리만 열심히 쏟아내면 어떻게든 예산을 조금이나마 따올 수 있거든. 실제로는 꿀벌이 문제가 아닌데도.

아, 그래, 그런 게 있긴 했지. 꿀벌 군집 붕괴 현상. 20세기 초부터 계속 문제였고, 주목도 엄청 많이 받았고, 아직도 심심찮게 얘기가 오르내리지. 그게 우습다는 거야. 이거 봐, 꿀벌 군집 붕괴가 왜 주목을 받았겠어? 꿀벌이 특히 더 많이 죽어서? 아니면 꿀벌이 생태계에서 진짜로 너무너무 중요한 곤충이어서? 아냐. 자본주의가 신경 쓰는 절지동물이 꿀벌밖에 없어서 그래. 그놈들 눈에 보이는 게 꿀벌 하나뿐이라 꼭 꿀벌만 위험해진 것처럼 소문이 퍼진 거라고. 실제로는 꿀벌만이 아니라 모든 꽃가루받이 곤충이 다 위기고, 그뿐만이 아니라 모든 곤충이, 모든 절지동물이 다 죽어 나가는 중인데 말이야.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피를 철철 흘리고 뼈가 다 부러졌는데, 온 구급대원들이 이마에 긁힌 상처에다가만 사력을 다해서 밴드를 붙여주고 있는 셈이라니까. 그러고 있으면 우리 친구 곤충학자들이 기웃기웃하다가 밴드를 한두 개씩 쏙쏙 훔쳐서 부러진 팔에다가도 붙이고, 찢어진 뱃가죽에다가도 붙이고 그러는 거야. 이게 요즘 곤충학의 생존전략이더라, 글쎄.

거 참, 진짜로 욕하는 게 아니라니까 그러네. 감탄한 거잖아, 감탄! 우리는 그걸 못 해서 연구실 문을 죄다 닫은 거니까. 그리고 뭐, 꿀벌 내세워서 예산 타와갖고 더 급한 곤충한테, 급한 절지동물한테 쓰면 잘된 일 아니겠어? 실제로 내가 참여했던 프로젝트가 딱 그런 경우였거든. 나도 백날 투덜거려 봐야 결국에는 꿀벌이 벌어준 돈으로 먹고 산 신세라는 소리지. 어, 그거야, 그거. ‘사라진 곤충을 찾습니다’ 프로젝트. 

아니, 무슨 소리야? 그 정도면 아주 성공한 프로젝트지. 대중적으로도 제법 유명했잖아. 적어도 곤충학 연구 프로젝트치고는 말이야. 꼭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명해진 것만은 또 아니긴 했는데, 아무튼 요즘 세상에 무명보단 악명이 수천 배 낫지 않겠어? 그리고 말이지, 방법론을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씹고 뜯어봐야 결국에는 성과를 낸 연구가 진짜 좋은 연구로 평가받는 법이라고.

맞아. 그 프로젝트는 네 생각보다 훨씬 큰 성과를 냈어.

그러니까 내 기분이 좋아진 것 아니겠니.

*****

그러니까 ‘사라진 곤충을 찾습니다’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게, 보자, 재작년 말이었지? 맞을 거야, 아마. 11월에 폭설이 갑자기 막 내려갖고 실행위원 회의를 전부 비대면으로 했던 게 기억 나거든. 실행위원이 총 여섯 명이었는데, 나는 말하자면 소수의견 담당이었어. 내 의견은 하나도 반영이 안 됐다는 뜻이야. 언제나 그렇듯이 말야.

아, 그 프로젝트의 취지가 정확히 뭐였느냐면……. 잠시만, 홈페이지에 적힌 걸 그대로 읽어줄게. ‘한반도의 곤충 종 다양성 감소 현황을 가늠하는 한편 대중적으로도 그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마지막으로 채집 또는 보고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난 곤충 중에서 특기할 만한 종을 선별해 일반 시민들로부터 목격담을 수집하고 수색을 독려한다.’ 어때, 대충 느낌 오지? 옛날엔 분명히 있었는데 요새는 안 보이는 곤충들이 진짜로 사라진 건지, 아니면 아직 살아 있는지 알아내려고 한 줌밖에 안 되는 곤충학자들이 전국 팔도를 다 뒤지고 다닐 수는 없잖아. 그래서 시민들을 동원해 보자는 거였지. 거의 공짜로, 뭣하면 커피 상품권이나 좀 뿌리든가 해서.

그런데 있지, 사실 나는 이걸 절지동물 전체를 갖고서 하고 싶었거든. ‘사라진 절지동물을 찾습니다’를 하고 싶었다고. 곤충 이외의 절지동물도 생태계의 주요 구성요소니까, 굳이 빼놓을 이유가 전혀 없으니까. 의견을 그렇게 냈더니 다른 위원들이 뭐랬는지 알아? 이거는 그냥 연구 프로젝트가 아니라 시민 참여 프로젝트래. 그래서 대중적으로 관심이 부족한 종,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종은 최대한 빼는 게 좋겠대. 말하자면 톡토기, 옆새우, 지네, 노래기, 거미 이런 애들은 도움 안 되니까 좀 버리고 가자는 소리지. 게나 가재 정도는 넣어도 되지 않느냐고 끝까지 의견이 좀 오가기는 했는데, 일단은 곤충으로만 한정하고 나중에 차차 범위를 늘리자는 식으로 정리돼 버렸어. 이 세상에 과연 나중이 있긴 할지 아무도 확신 못 하면서.

하기야 우리가 거미랑 가재를 뺀 것 때문에 논란이 된 건 아니지. 나는 솔직히 그러길 바랐는데, 진짜 아무도 신경 안 쓰더라고. 결국에 사고는 SNS 홍보용 카드뉴스가 터뜨렸잖아? 괜히 미아 찾기 광고 흉내 내서 만들었다가, 실종 아동 가족이 보면 상처받지 않겠느냐고 몇 명이 지적하니까 그것만 딱 화제가 되더니 별별 인터넷 언론이 기사까지 우르르 올려대는 바람에……. 야, 내가 그렇게 하자고 한 거 절대 아니다? 자리 채우려고 들어온 건데 무슨 발언권이 있었어야 말이지. 그래, 맞다. 최소한 한 번 말려 보기라도 해야 했는데. 그렇게 만들 필요가 딱히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래도, 이렇게 말하면 좀 그런데, 결과적으로 잘된 일이긴 했어. 시민 참여 프로젝트가 시민한테 홍보가 안 되면 말짱 꽝인 거잖아. 그런데 프로젝트 홍보하는 데엔 우리가 밤새 써서 열심히 돌린 보도자료보다 그놈의 논란이 훨씬 효과적이었거든. 진짜로. 물론 카드뉴스 싹 새로 만든 건 대단한 예산 낭비였지만……. 아니, 보도자료고 카드뉴스고 뭐고, 우리 욕하는 기사 뜨고 나서부터 제보 건수가 단번에 수백 배 늘어난 거 알아? 이것도 곤충학자들의 홍보 비법이었으면 내가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했을 텐데, 그런 건 아니었던 모양이더라. 논란 생길 걸 예상했으면 사과문 정도는 준비가 돼 있었을 테니까. 

아니, 네가 읽은 그 웃기는 사과문도 내가 쓴 거 아니야. 누가 썼는지 기억도 안 나고. 나는 그때 수백 배 늘어난 제보 하나하나 살펴보느라 엄청 바빴거든. 아무래도 별 증거 없는 목격담이 제일 많았고, 그 와중에 사진도 좀 있었고, 영상도 몇 개는 들어왔고……. 도대체 자기가 본 게 장수하늘소라고 주장한 사람은 왜 그렇게 많았던 걸까? 세상 사람들은 아무 하늘소나 보면 일단 장수하늘소라고 생각하는 거야? 확률적으로 생각하면 절대로 그럴 리가 없지 않아? 뭐어, 이제 와서 확률을 논해 봐야 의미가 없긴 하지만 말이지.

확률적으로 생각하면, 그런 제보가 사실일 리도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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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히 기억해. 반달날개밤나방이었어. 우리가 열심히 고르고 고른 ‘사라진 곤충’ 50종 중에서 37번째였어. 80년대 중반에 딱 한 번인가 채집된 이후로는 기록이랄 게 전혀 없어서, 솔직히 제보가 들어올 거란 기대는 그렇게 크지 않았던 종이지. 그런데도 반달날개밤나방이 우리 목록에 올라간 이유는 두 가지야. 첫째는 밤나방과에 속하는 나방 중에서 그나마 일반인도 척 보고 구분할 수 있을 만큼 특징이 뚜렷한 종이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학계에 그거 보고한 사람이 알고 보니까 우리 프로젝트 책임자 지도교수였더라. 어쩐지 자기 혼자 열심히 민다 싶더니만. 

그런데 세상일이 얼마나 우습게 돌아가는지, 진짜로 누가 반달날개밤나방을 본 적이 있다고 메일로 제보를 해온 거야. 아쉽게도 최근 소식은 아니었어. 90년대 초에 봤다는 소리였거든. 하지만 목격 장소는 제법 흥미로웠다? 반달날개밤나방이 처음 채집된 건 춘천 삼악산이었는데, 제보자는 자기가 경기도 평택에서 봤다고 그랬거든. 그런데 프로젝트 책임자가 말하길 두 군데 모두 80년대에서 90년대 사이에 한국 고유종 밤나방이 많이 채집된 장소라는 거야. 그렇단 건 반달날개밤나방의 서식지가 지금껏 알려졌던 것보다 훨씬 넓을지도 모른다는 뜻이고, 아직도 그 어느 구석에 몇 마리 살아남아 있을 확률이 유의미하게 올라갔다는 뜻이기도 하지. 희망적이라고 부를 것까진 아니지만 그래도 썩 괜찮은 소식이야. 요즘 곤충학계 분위기 생각하면, 이 정도 소식 갖고서는 아예 파티도 열 수 있다고.

물론 우리가 파티를 열었단 건 아니지만. 꿀벌 팔아서 따온 예산으로 냅다 파티부터 열면 안 되지. 뉴스에 또 나오면 어쩌려고! 그래도 뭐, 제법 들떴던 건 사실이야. 더 자세한 증언을 들어볼 의욕쯤은 날 만큼. 제보 메일에는 딱 아까 말한 만큼만 적혀 있었으니까, 혹시 더 기억 나는 정보가 있으면 최대한 자세히 알려달라고 답장을 보냈지. 그랬더니 어떻게 됐게? 제보자가 연구실로 직접 찾아왔어. 딱 사흘 만에, 그러니까 대강 작년 이맘때쯤에. 지옥 같은 폭염 때문에 다들 비실비실 죽어가고 있을 때였지. 그게 정확히 며칠이었더라? 기억이 날 듯 말 듯 하는데…….

아, 아! 기억났다. 1일이었어. 공휴일이었으니까. 제보자가 일 때문에 도저히 공휴일밖에 시간이 안 난다고 해서,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우르르 출근해갖고는 에어컨 틀고 축 늘어져 있었거든. 그런데 제보자가 약속 시간보다 두 시간이나 일찍 도착한 거야. 그런 꼴로 손님을 맞이하려니까 얼마나 어색하던지. 아무튼, 뭐냐, 나이가 제법 들어 보이는 남자였어. 실제로 엄청나게 늙었다기보단, 고생을 너무 해서 실제보다 늙어 보인다는 느낌? 일찍 온 사람치고는 먼저 말을 안 꺼내고 우물쭈물하길래 우선 찬물부터 내오니까, 그제야 긴장이 슬슬 풀리는지 조금씩 얘기를 하기 시작하더라고. 

들어보니까 바로 알겠더라. 왜 그렇게 말 꺼내길 어려워했는지 들으니까. 생판 남한테, 아니, 누구한테도 쉽게 털어놓을 만한 얘기가 아녔거든. 너라도 그랬을걸? 과학자들이 힘을 합쳐서 찾아 헤매는 희귀한 나방을 목격했을 당시에 네가 마침 사이비 종교 신도였다면, 그래서 무슨 조그만 기도원에 모여갖고 종말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리면서 막 기도하는 중이었다면……. 그치, 제보자가 정말 용감한 사람이었던 거야. 그런 게 진짜 용기잖아. 본인한텐 전혀 중요하지도 않을 뭔 나방 얘기나 듣고 싶어 하는 곤충학자들을 위해서, 자기 인생에서 제일 부끄러웠던 사건을 전부 털어놓아 준 거니까.

아니면 그게 다 무슨 계시였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전부 이때를 위한 일이었다고. 다 계획된 일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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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