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 년간 인공지능 기술은 전례 없는 발전을 이루고 있다. 특히 ChatGPT, Claude AI와 같은 거대인공지능모델 (Large Language Model, LLM) 서비스의 등장은 자연어 처리 학문뿐만 아니라 예술 분야와 일상 대화에 이르기까지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이들 모델은 대규모 데이터셋을 기반으로 학습되어 인간의 고차원적인 지시와 맥락을 이해하며 대화를 이끌어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불과 몇 년 전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분야에 인간을 능가하는 성능을 보이고 있다.
GPT-4o는 OpenAI가 2024년 5월에 발표한 최신 인공지능 모델로, 이전 버전인 GPT-3.5와 GPT-4를 크게 개선한 버전이다. 2022년 말 출시된 GPT-3.5가 대화형 AI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면, GPT-4는 더욱 향상된 이해력과 생성 능력을 보여주었으며, 검색엔진과 계산기 같은 외부 프로그램을 실행하여 부족한 기능을 보완할 수 있다. GPT-4o는 이러한 발전을 더욱 가속화하여 영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언어를 더욱 효과적으로 이해하고 생성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GPT-4o는 다중 모달 (multi-modal) 모델로 확장되어, 언어와 영상 정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게 되었으며 다양한 정보를 더욱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Anthropic의 Claude AI, 특히 2024년 6월 말에 출시된 Claude 3.5 Sonnet 모델은 더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으면서 GPT-4o를 능가하는 성능을 보여주고 있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Claude AI 다양한 분야의 질의응답에서 높은 정확성을 보이고 창의적인 글쓰기 분야에서 강점을 보다. 특히 이번에 추가된 Artifacts 기능은 AI가 생성한 코드, 문서, 웹사이트 디자인 등의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동적 작업 공간을 제공하여, 사용자가 AI 생성 콘텐츠를 즉시 확인하고 편집할 수 있다.
OpenAI와 Anthropic의 두 인공지능 서비스는 서로 경쟁하며 생성형 AI 기술의 발전을 가속화하고 있다. 각 회사가 새로운 버전을 출시할 때마다 AI의 성능은 비약적으로 향상되고 있다. 모델의 오류율이 낮아지고, 편향성이 줄어들며, 악의적 사용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강화되고 있다. 또한 인공지능 모델의 최적화를 통하여 사용자는 몇 년 전까지 상상하기 힘든 수준의 고성능의 인공지능 모델을 신속하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또한, Meta에서 공개한 LLaMA와 이를 기반으로 한 소형 언어 모델 (sLLM)의 발전도 주목할 만하다. LLaMA는 앞서 언급된 서비스들과 달리 오픈소스로 공개되어, 전 세계의 연구자와 개발자들이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응용 모델을 개발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AI 기술의 발전 속도를 더욱 가속화하고, 산업별, 분야별로 특화된 모델의 등장을 촉진하고 있다. sLLM의 주요 장점은 특수한 목적의 데이터에 쉽게 최적화 (fine-tuning)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효율적으로 동작하는 맞춤형 AI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다. 특히, 보안에 민감한 데이터를 다루는 조직에서도 자체적으로 모델을 훈련하고 활용할 수 있어, AI 기술의 접근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원자력 분야에 특화된 sLLM인 'AtomGPT'를 개발 중이며, 이 모델을 통해 원자력 분야의 보안에 민감한 데이터를 안전하게 처리하고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sLLM의 발전은 개인 개발자나 소규모 기업들도 고성능의 AI 모델을 자신들의 특정 요구에 맞게 조정하여 활용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는 AI 기술의 민주화를 촉진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AI 기술의 적용을 가속화하고 있다.
생성형 AI의 급속한 발전은 우리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지만, 동시에 다양한 윤리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윤리적 딜레마들은 AI 기술이 우리 사회에 더 깊이 침투할수록 더욱 복잡해지고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생성형 AI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윤리적 문제들 중 일부 사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생성형 AI로 인한 인터넷 정보의 신뢰성 저하 문제가 심각하다. AI가 생성한 콘텐츠가 무분별하게 인터넷에 퍼지면서, 신뢰할 수 있는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를 구분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예를 들어, 최근 이슈가 된 핑크 돌고래 사진1)과 같이 AI가 생성한 뉴스 기사나 학술 논문이 진짜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허위 정보를 포함하고 있을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인터넷을 통한 지식 습득과 정보 공유의 신뢰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특히 교육이나 학술 분야에서 이러한 문제는 더욱 심각할 수 있으며, 정보의 신뢰성 검증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둘째, 생성형 AI를 활용한 SNS상의 무분별한 콘텐츠 생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일부 사용자들이 AI를 이용해 많은 글을 올려 온라인 커뮤니티의 질을 저하시키고, 소통과 정보 교류를 방해하고 있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AI를 이용해 특정 분야의 '전문가'인 것처럼 가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가짜 전문가'들은 잘못된 정보를 전파하거나, 중요한 의사결정에 부적절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온라인 공간의 신뢰성을 훼손하고, 실제 전문가들의 의견이 묻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셋째, AI가 예술 작품을 쉽게 모방하고 재창조할 수 있게 되면서 발생하는 윤리적 문제가 있다. AI는 작가가 수년간 연구하고 집필한 소설의 문체나 내용을 단시간에 모방하여 유사한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또한, 특정 화가나 웹툰 작가의 화풍을 그대로 복제하여 새로운 작품을 창작할 수 있다. 이는 인간 창작자의 노력과 시간의 가치를 퇴색시키고, 예술적 독창성과 인간 고유의 창의성에 대한 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
더불어, AI가 생성한 콘텐츠와 인간이 창작한 콘텐츠를 구분하기 어려워지면서 저작권 문제가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AI의 학습 데이터에는 수많은 인간 창작자의 작품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를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결과물의 저작권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한 법적, 윤리적 논의가 시급하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AI 사용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과 규제 체계가 수립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AI가 생성한 콘텐츠임을 명확히 표시하는 제도를 도입하거나, AI의 사용이 기존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도록 하는 규제가 필요하다. 또한, AI 학습에 사용된 원본 작품의 창작자에 대한 보상 체계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궁극적으로, AI의 예술 창작 능력은 우리에게 '예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인간의 감정과 경험이 깃든 창작물과 AI가 생성한 작품 사이의 가치 차이를 어떻게 정의하고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이는 예술계뿐만 아니라 법조계, 그리고 사회 전반의 지속적인 논의와 협력을 요구하는 문제이다.
넷째, 생성 인공지능과의 대화가 일상화되면서 사용자가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윤리적인 이슈가 있다. 생성 AI와의 상호작용 과정에서 사용자의 잠재의식에 미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만약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특정 의도나 이념을 가지고 있다면, 이것이 사용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은밀히 전달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잠재적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AI 시스템의 투명성과 책임성 확보가 중요하며, 사용자 교육과 적절한 규제 체계도 필요할 수 있다. AI 개발자와 서비스 제공 기업들도 윤리적 책임감을 가지고 기술을 개발하고 운영해야 하며 사용자는 자신의 의견이나 결정이 진정으로 자발적인 것인지 주기적으로 성찰하고, AI의 제안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좋다.
다섯째, AI의 편향성과 차별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AI 모델은 학습 데이터에 내재된 편견을 그대로 학습할 수 있기 때문에, 성별, 인종, 연령 등에 대한 차별적인 결과를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채용 과정에서 AI를 활용할 경우, 과거의 편향된 채용 데이터로 인해 특정 그룹에 대한 차별이 지속될 수 있다.
이러한 편향성은 때로는 매우 미묘한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한 가지 흥미로운 예로, ChatGPT가 "delve into" 등의 특정 영문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이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ChatGPT의 결과물 검수 역할을 특정 제3세계 국가의 작업자들에게 맡겼기 때문일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는 AI 모델의 학습 과정뿐만 아니라, 그 결과물을 평가하고 개선하는 과정에서도 편향성이 발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러한 편향성과 차별 문제는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AI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이다. 더욱이 이러한 편향성이 AI 시스템을 통해 대규모로 확산될 경우, 그 영향은 더욱 광범위하고 지속적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생성 AI의 결과물에 대한 책임 문제와 윤리적 이슈가 대두되고 있다. 예를 들어 생성 AI를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는 학술 연구 분야에서 연구자가 논문 작성 과정에서 생성형 AI를 어디까지 사용해도 되는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AI를 이용해 문장을 다듬거나 참고 문헌을 검색하는 것은 허용될 수 있지만, AI가 논문의 핵심 아이디어나 결론을 생성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일부 저널을 제외하고 AI가 생성한 내용을 적절히 인용하거나 기여를 명시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된 기준을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또한, 논문 심사 과정에서 AI의 기여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AI를 이용한 표절을 어떻게 감지하고 방지할 수 있는지 등의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단순히 기술적인 차원을 넘어, 학문의 본질과 연구 윤리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연구자들은 AI를 도구로 활용하되, 그 사용 범위와 방식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해야 하며, 학계는 이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생성형 AI의 등장은 우리에게 '표절'과 '창작'의 개념을 재정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통적인 의미의 표절 개념이 생성형 AI 시대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AI가 방대한 양의 정보를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내용을 생성하는 현 상황에서, 어디까지를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볼 수 있는지, 그리고 어디까지를 '표절'로 볼 수 있는지 그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일부에서는 생성형 AI의 활용을 더욱 과감하게 인정하고, 그 결과물을 학문적 성과로 받아들이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는 학문의 본질적 목적인 '지식의 공유와 발전'에 더 부합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를 통해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지식을 생성하고 공유할 수 있다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학문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예를 들어, AI가 생성한 초안을 바탕으로 연구자가 자신의 통찰력과 경험을 더해 논문을 완성하는 방식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이 경우, AI의 기여를 명확히 밝히고, 연구자의 역할을 투명하게 제시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또한, AI가 제시한 아이디어나 가설을 연구자가 검증하고 발전시키는 새로운 연구 방법론도 가능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접근에는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 인간 연구자의 역할과 가치를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지, AI의 과도한 활용이 인간의 창의성과 비판적 사고 능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고려해야 한다.
생성형 AI 시대의 학술 연구와 윤리의 문제는 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가치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의 문제로 귀결된다. 우리는 AI의 잠재력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동시에 인간 연구자의 고유한 가치와 학문의 진실성을 지켜나가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계, 기술 개발자, 정책 입안자들 간의 지속적인 대화와 협력이 필요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생성형 AI의 발전은 우리 사회에 큰 변화와 기회를 가져다주고 있지만, 동시에 복잡한 윤리적 도전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AI 기술의 혜택을 최대화하면서도 잠재적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접근법을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 개발자, 정책 입안자, 학계, 그리고 시민 사회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AI 기술은 계속해서 진화할 것이며, 그에 따른 윤리적 문제들도 새롭게 제기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지속적인 대화와 성찰을 통해 AI와 인간이 공존하는 바람직한 미래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1) 2024년 6월 19일 페이스북에 올라온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해안에서 발견됐다는 핑크 돌고래 사진은 생성형 AI로 만들어진 가짜 이미지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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