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oss Street

태양활동과 우주 날씨, 그리고 기상기후

2024년 4월 통권 223호

태양은 끊임없이 활동하고 있다.


태양계의 가장 중심이면서 모든 생명의 원천인 태양은 우리가 맨눈으로 볼 때는 매우 조용하지만, 실제로는 끊임없이 활동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크고 작은 폭발들이 쉴 새 없이 발생하고 있다.


태양 표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주위보다 좀 어둡게 보이는 곳이 있는데, 그곳이 주변보다 까맣게 보인다고 해서 ‘흑점’이라고 부른다. 흑점은 수시로 나타났다 사라지며 크기나 개수도 일정하지 않다. 태양은 끊임없이 자기장을 만들어내는데 이 자기장이 뒤엉켜 표면에 흐르고 있는 고에너지 하전 입자의 흐름을 방해할 때 생기는 것이 흑점이다. 때로 흑점 영역에서 태양 내부의 강력한 자기장이 태양의 외부 상층 대기인 코로나로 끌려 나오면서 굉장한 전파, 빛, 고에너지 하전 입자, 그리고 자기장이 바깥으로 분출되는 ‘태양 흑점 폭발’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태양 흑점 폭발 즉, 태양 플레어 발생 때 방출되는 X-선과 전파복사에너지는 그 에너지가 무려 핵폭탄 250만 개 위력에 해당한다. 그리고, 태양 플레어 발생 때 동반되는 최외곽층 코로나에서 방출되는 물질, 즉 고에너지 하전 입자의 양은 무려 100억 톤이나 된다. 한편, 태양에서 끊임없이 불어나오는 태양풍은 고에너지 하전 입자뿐만 아니라 태양 자기장을 끌고 나와 태양권을 형성하며 태양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평상시 태양풍 속도는 초속 수백 km이지만, 강력한 태양 폭풍 때는 초속 1000 km를 훨씬 넘는 경우도 있다.


태양활동과 우주 날씨


그림1. 태양활동과 우주 날씨 ⓒNASA


이처럼, 태양흑점폭발 또는 태양플레어폭발, 코로나물질방출, 그리고 고속태양풍과 같은 아주 격렬한 태양활동이 있을 때는 태양으로부터 막대한 에너지가 방출되어, 지구를 포함한 태양권 우주공간으로 쏟아지게 된다. 이로 인해 지구의 경우에는 자기권과 전리권에 급격한 변화를 초래하게 되고, 고에너지 입자들은 지구 상층대기까지 직접 유입되어, 극지방에서는 오로라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러한 우주공간의 환경변화를 ‘우주기상 또는 우주 날씨 (space weather)’이라고 한다.


태양에서 플레어 폭발이나 코로나물질방출, 그리고 고속태양풍이 발생하였을 때, 그 에너지가 지구에 도달하는 시간은 불과 수분에서 수일 정도이다. 그리고 태양활동 시에 방출되는 것이 X-선과 같은 전자기파인지, 고에너지 입자인지 아니면 태양풍 인지에 따라 지구에 도달하는 시간이 다르고 끼치는 영향도 각기 다르다. 태양 플레어 폭발 때 방출되는 강한 X-선은 전자기파의 일종으로 빛의 속도로 전파되기 때문에, 태양 플레어 폭발 후 약 8분 만에 지구에 도착한다. 이렇게 도착한 X-선은 지구 전리권을 교란시켜 전리권을 이용하는 전파의 장애나 심지어는 두절 현상을 일으킨다. 코로나물질방출 현상이 있을 때는 우주공간으로 방출되는 상당한 양의 고에너지 하전 입자가 빠르게는 20분 후 길게는 수시간 후에 지구에 도착한다. 이렇게 도착한 고에너지 하전 입자는 지구 근처 위성이 운용되는 우주공간에 변화를 일으켜 위성체나 우주인 등에 영향을 준다. 한편, 코로나물질방출 때나 코로나 구멍에서 고속태양풍이 불어나오는 경우에는 지구까지 도착하는데는 2~3일 정도 걸린다. 이 태양풍은 지구 자기권과 상호작용하여 지구 자기장 전체를 교란시키는 지자기 폭풍을 일으켜 위성 운용이나 지상 전력시스템 등에 영향을 준다.


그림2. 우주 날씨 변화의 영향 ⓒ한국천문연구원


이렇듯 강력한 태양활동에 의한 갑작스러운 우주 날씨 변화는 인류의 현대 최첨단 기기에 심각한 영향을 주어 위성체 손상, 위성의 오작동·궤도 변이, 위성통신 또는 지상무선통신 교란, GPS 오차 증가, 지상 전력망 손상 등 인류에 사회·경제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준다. 또한 극항로를 운항하는 비행기의 승무원이나 승객, 그리고 우주를 탐사하는 우주인의 안전에까지 영향을 주는 등 인류의 우주활동에도 커다란 위험 요인이 된다. 인류가 수많은 최첨단 기술에 점점 더 의존하면서 우주 날씨 변화의 피해는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022년 2월, 스페이스-X 스타링크 위성들이 팔콘-9 로켓에 실려 발사되었는데, 이 시기에 태양활동으로 인해 지자기 폭풍이 발생해 위성 대기항력 증가로 인하여 49개 위성 중 40개 위성이 궤도 안착에 실패했다.


태양활동은 약 11년 주기로 강해졌다 약해졌다를 반복한다. 이러한 태양의 활동 주기는 흑점의 크기와 개수를 통해 관찰할 수 있다. 태양이 강하게 활동하는 기간은 극대기라고 부르는데, 이 기간엔 흑점이 커지며 그 수도 늘어난다. 반대로 극소기라고 불리는 휴식기에는 흑점의 크기와 수가 줄어들면서 자기장도 약해진다. 태양활동에 따른 우주 날씨도 11년 주기의 뚜렷한 변화가 있다. 현재 관측되고 있는 태양의 흑점 수 기반으로 보면 지난 극대기의 수를 이미 훨씬 능가했고 증가 폭도 매우 가팔라서, 2025년으로 예상되는 다가올 태양활동 극대기에는 태양의 흑점 수가 아주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달리 말하면 강한 태양 폭풍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이로 인한 우주 날씨 변화도 극심하리라 예상한다.


이러한 우주 날씨 변화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 및 피해를 최소화해 인류의 안전한 삶을 지키기 위해서는 태양활동과 우주공간의 우주 날씨 변화를 잘 이해하고 감시하며 예측해 대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오늘날, 우주 날씨의 영향을 직접 받는 위성망과 통신망이 점점 글로벌화 되어 가고 있고 인류의 생활권(또는 우주탐사 영역)이 달/화성을 포함한 태양권으로 점점 확장되어 가고 있다. 이러한 우주탐사 시대에 대비하여, 안전한 우주생활권 확보(또는 우주탐사 수행)를 위해서는 태양권으로 확장된 우주 날씨 변화의 이해, 감시와 예측 역량 확보가 절실히 요구된다.


태양활동/우주 날씨와 기상·기후


지구의 모든 에너지 근원이 태양으로부터 오기 때문에 태양활동 및 태양-지구 간 우주 날씨는 지구의 기상현상과 기후에 다양하게 영향을 미친다.


기상·기후에 대한 태양활동 및 태양-지구 간 우주 날씨의 영향은 주로 태양복사에너지 총량(TSI, Total Solar Irradiance), 자외선 복사량(UV, Ultraviolet radiation), 태양 고에너지 입자(SEP, Solar Energetic Particle)의 유입에 따른 것이다. 태양으로부터 지구로 유입되는 복사량과 고에너지 입자는 지표 및 대기의 온도와 화학조성에 영향을 미치게 되며, 이로 인해 지표에서 성층권 상부에 이르는 대기의 열적 구조 및 대기 순환에 다양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태양활동 및 태양-지구 간 우주 날씨 변화로 인한 에너지원이나 운동량원은 지구 고층대기(전리권-열권-중간권-성층권)으로 유입되어 고층대기의 상태를 변화시킨다. 또한 지구의 대기는 고층대기-하층대기로 연결되어 있어서, 이러한 고층대기에 대한 영향이 직간접적으로 지구 하층대기까지 전달되어, 결과적으로 기상·기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림3. 태양으로부터 지구 대기권으로 오는 영향 모식도

ⓒ Kodera and Kuroda (2002) (https://doi.org/10.1029/2002JD002224)


태양으로부터 지구로 유입되는 복사량인 TSI는 11년의 태양활동 주기에 따라 극대기에는 증가하고 극소기에는 감소하며 태양활동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동할 뿐만 아니라, 일시적으로 태양의 폭발 현상에 따라 갑자기 변동하기도 한다. TSI는 지상까지 그 영향이 도달하기 때문에, 주로 대류권의 온도와 바람, 대기 순환에 영향을 미친다. 대류권의 온도에 있어서, 태양활동 극대기와 극소기에 고도 24 km 이하의 지구대기 평균온도는 0.5-1도 정도 차이가 나는 것이 관측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태양활동 극대기에 야기되는 대류권 대기순환의 변동은 성층권과 연계되어 북극진동, 성층권 승온 현상 등을 유발한다. TSI의 변화는 열권에도 영향을 주는데, 열권의 밀도변화는 이산화탄소 증가로 인해 예상되는 수준보다 훨씬 크다.


UV 복사는 태양으로부터 방출되는 총복사 중에서 매우 적은 부분을 차지하지만, 변동의 폭은 상대적으로 매우 크다. 즉, 전체 TSI의 변동보다 태양활동 변화에 대하여 민감하게 변화한다. TSI의 경우, 11년 태양활동 주기에 따라 변화량이 약 0.07 %인데 비해, UV 복사는 약 6% 변화하는데, 이 때문에 발생하는 기상·기후의 영향은 예상보다 더 크다. 실제 적도 지역 성층권계면(고도 50 km)의 온도변화는 극대기와 극소기에 약 2도 정도 차이가 난다. 또한 UV 복사의 변화는 저·중위도 중·상층 성층권의 복사열과 관련된 주요 기체인 오존량의 변화를 발생시켜 성층권의 복사평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고 간접적으로는 순환에 영향을 준다. 이러한 영향을 성층권의 대표적인 현상 준2년 진동(QBO, Quasi-Biennial Oscillation)에서 볼 수 있으며, 이는 성층권 돌연승온의 발생빈도와 북반구의 극 소용돌이 교란 빈도로 이어진다. 태양활동이 매우 저조했던 2007년부터 2009년 사이 UV 복사량도 역시 매우 낮았는데, 인공위성 궤도의 대기 끌림 (atmospheric drag)을 분석한 결과 우주 시대가 시작된 이후로 열권의 밀도가 가장 낮았으며, 그로 인하여 온도도 가장 낮았다.


태양 플레어나 코로나질량방출과 같은 폭발 현상에 의해 태양으로부터 오는 고에너지 입자는 태양 양성자와 고에너지 전자들이다. 고에너지 입자의 종류와 에너지 정도에 따라 대기 진입 깊이와 반응하는 고도가 다른데, 더 높은 에너지를 가진 입자일수록 더 낮은 고도까지 진입하게 되며, 이들은 대부분 극지방에 침투하게 된다. 다양한 형태의 고에너지 입자들이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여 대기권 구성 성분들과 반응함으로써 중성 대기를 이온화 시킨다. 이때 특히 성층권에서 NOx와 HOx를 생성하며 궁극적으로 오존을 파괴하기에 이르는데, 극지방의 경우 강한 와도(vortex)로 인해 극지방에서는 오존 파괴가 강하다. 이로 인해 대기권의 온도 변화에 이어 바람 변화를 초래하여 상향 전파되는 파동 변화를 유발하게 되어 결국 전체 대기 역학 체계를 뒤흔든다.


그림4. 고속태양풍과 코로나질량방출로 인해 생성되어 지구 대기권에 유입되는 태양 양성자 및 고에너지 전자입자에 의해 유도된 NOx와 이로 인한 O3 파괴 작용 모식도

ⓒ Harvey et al. (2002) (https://doi.org/10.3389/fspas.2022.1041426)


태양에서 지속적으로 방출되는 TSI와 UV, 그리고 태양의 폭발 현상인 플레어나 CME에 의해 일시적으로 방출되는 고에너지 입자 외에도 태양-지구 간 우주공간의 상태 즉, 고속태양풍, 행성 간 자기장 및 지자기장 변화 또한 기상·기후에 영향을 준다. 지자기 환경변화 또는 자기 폭풍 시에는 고위도 전리권에 오로라 및 강한 전류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열권이 가열 및 저위도로 팽창하면서 전지구적인 평균 대기대순환을 변화시키고 전지구적인 열권과 전리권의 성분, 밀도, 역학 및 구조에도 큰 변화가 일어난다. 태양풍이나 지자기 활동에 의해 지표면 대기 또한 변화를 겪는다. 태양풍의 속도가 증가하면 1-2일의 시차를 두고 지표면 기압이 상승하며, 지자기 활동 역시 지표면의 기압과 관련이 있어 북대서양 진동(NAO, North Atlantic Oscillation)과 좋은 상관관계가 있다. 태양으로부터 비롯되는 행성 간 자기장 구조에 따라서도 지표면 기압이 변하며, 태양의 자기영역구조 (Solar magnetic sector structure)의 방향이 바뀔 때 지표면의 대기 와도(vorticity)의 면적이 변하기도 한다.


지구의 기상과 기후에 미치는 우주 날씨의 영향으로 태양계 밖의 천체에 의한 것도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은하 우주선(GCR, Galactic Cosmic Rays)을 들 수 있다. GCR은 태양계 밖에서 생성되는 고에너지 입자로서 전형적인 에너지 범위가 1~20 GeV 정도인 양성자로 구성되어 있다. GCR은 지구대기로 입사하는 과정에서 대기 원자나 분자들과 충돌하여 2차 입자(파이온, 뮤온 등)를 생성시키며, 이렇게 생성된 입자 일부는 지표까지 도달하기도 한다. 특히, GCR은 대기를 이온화시켜 대기 중에 존재하는 구름 응결핵의 수 농도를 증가시킴으로써 기상과 기후에 영향을 준다. 또한 GCR은 대류권의 전기적 환경에 영향을 줌으로써 뇌우 활동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편 태양활동 정도에 따라 GCR의 유입 정도가 다른데, 태양활동이 강할 때는 GCR의 유입이 감소하고 태양활동이 약할 때는 GCR의 유입이 증가한다. 그에 따라 기상·기후에 대한 GCR의 영향도 태양활동이 강할 때와 약할 때 각각 감소 및 증가한다.


기상⋅기후 변화에 영향을 주는 태양활동 및 우주 날씨는 태양 복사에너지 총량(TSI), 자외선 복사량(UV), 플레어 폭발이나 코로나질량방출 시 방출되는 고에너지 입자, 태양-지구 간 우주공간 상태인 고속태양풍, 행성 간 자기장 및 지자기장 변화, 그리고 태양계 밖에서 유입되는 은하 우주선 등 아주 다양하다. 태양활동과 우주 날씨로 인한 영향이 미약하거나 발생빈도가 낮다고 하더라도, 오래 지속되거나 비선형적으로 증폭된 반응을 일으킨다면 충분히 매우 심각한 기후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대기에 들어오는 태양활동 및 우주 날씨 변화에 기인하는 변동 요인들은 각기 다른 대기층과 반응하고, 반응하는 시간규모가 다르며, 원인과 결과를 일대일 대응시키기가 매우 어려워 그 관계의 정확한 메커니즘 이해가 어렵다. 바로 이러한 점들로 인해 태양활동과 우주 날씨 변화에 따른 기상⋅기후 변화를 예측하기란 매우 복잡하고 상당히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의 신뢰도 높은 기상⋅기후 예측을 위해서는, 태양활동과 우주 날씨, 그리고 지구의 기상 및 기후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며 모델링을 통해 정확한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를 더욱 향상시키고, 이를 바탕으로 태양활동과 우주 날씨 변화를 반영한 기상⋅기후 모델 개발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댓글 0
  • There is no comment.

댓글을 작성하기 위해 로그인을 해주세요

registrant
곽영실
한국천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