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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익서울대학교 교수, 인지과학연구소 소장
(일러스트레이션: 김민정)7만 4천 년 전 인도네시아의 토바(Toba) 화산 폭발 때문에 사피엔스의 개체수는 급감하여 겨우 2천명 선이었다. 그 이후로도 인류의 멸종을 걱정할만한 사건들이 더러 있었다. 1918년~1919년에 유행한 이른바 스페인 독감(A형 독감 바이러스의 변형인 H1N1)은 대략 5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는데, 이는 1차 대전 사망자의 3배 이상이었으며 당시 전 세계 인구의 5% 정도였다(당시 조선에서도 이른바 “무오년 독감”이라고 알려진 인플루엔자에 의해 742만 명 정도(44%)가 감염되어 14만이 사망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보다 6세기 전에는 바이러스가 아닌 세균이 유럽을 초토화시켰었다. 쥐에 기생하는 벼룩에 의해 사람에 전파되는 페스트균이 중앙아시아에서 유입되어 유럽에서만 1억 명 가량(유럽인구의 1/3)이 사망했기 때문이다. 흔히 흑사병(Black Plague)라 불리는 이 전염병은 스페인 독감과 함께 ‘대유행(pandemic)’의 대표적 사례로
정연욱한국표준과학연구원
양자역학이 탄생한 지 100년이 훌쩍 넘어가는 지금, 양자역학은 과학자와 대중의 관심을 함께 받으며 다시금 화제의 중심에 등장하고 있다. 특히 양자역학적인 방법으로 정보를 처리하고 전달하는 양자정보(quantum information) 분야가 촉발한, '제2의 양자혁명(2nd quantum revolution)'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지난 세기에는 자연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학문적 틀로서 양자물리학이 정교하게 발달했다면, 지금은 양자역학적인 현상을 직접적으로 이용해서 기존에는 하지 못하던 새로운 일을 가능하게 하려는 능동적인 양자역학 연구가 시작되는 시기이고, 이런 맥락에서 양자기술(quantum technology)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양자컴퓨터”가 있다. 양자역학은 수학적으로 매우 정교하고 아름다운 이론이다. 양자역학의 추상적 수학체계가 자연현상을 어떻게 그렇게 완벽하게 설명하는지 한편으로 신기할 따름이며(세상이 그런 수학적
복도훈평론가
『서던리치 3부작 세트』 (2017, 제프 벤더미어/정대단, 황금가지) 최근 나는 SF가 다른 문학 장르와 다르게 가질 수 있는 미학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경이감(sense of wonder)? 인지적 낯설게하기(cognitive estrangement)의 효과? 좋다. 그럼 어떤 경이감이며, 낯설게하기일까? 나는 근래에 접한 소설과 영화, 평론에 힘입어 SF 미학의 한 가능성을 얘기해보고 싶다.얼마 전에 제프 벤더미어의 ‘서던 리치 3부작’인『소멸의 땅』『경계 기관』『빛의 세계』(황금가지, 2017)를 흥미롭게 읽었다. 소설을 읽고 나서 원작을 바탕으로 한 알렉스 가렌드의 영화 <서던 리치>(2018)도 보았다. 소설과 영화에서 ‘X구역’은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잠입자>와 원작인 아르카디·보리스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SF『노변의 피크닉』에 등장하는 ‘구역’을 연상시키는 곳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분명히 인간은 아닌 무엇인가가 남긴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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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식작가
(일러스트레이션: 유지원) 혼자서는 절대로 알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자기도 모르게 한 곳만 바라보며 집중하다 보면 나머지 것들을 놓치게 된다. 중요한 하나를 지키려다 더 많은 걸 잃는 것이다. 지금 라미의 아버지가 그랬다. 그는 뭔가에 홀린 것처럼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라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라미는 그런 아버지가 잊고 있는 중요한 사실을 상기시켜주고 싶었다. 라미가 물었다. “아빠. 엄마 기억나?” 라미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 “물론 기억 안 나겠지. 그래도 잘 생각해보면 생각이 날 수도 있지 않을까?” 대답 없는 아버지의 눈이 여전히 라미를 향하고 있었다. “설마, 내가 지금 거짓말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일이 일어난 적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잖아. 안 그래?” 여전한 침묵. 라미는 아버지가 대답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억울함을 느꼈다. 거짓말쟁이로 몰리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그는 잠시 동안 생각에 잠겨있다 뭔가가 떠오른
박진영서울대학교
『화석은 말한다 - 화석이 말하는 진화와 창조론의 진실』(2019, 도널드 R. 프로세로 지음, 류운 옮김, 바다출판사) 화석은 옛날에 살았던 생물의 흔적이 보존된 것이다. 그것은 뼈나 껍데기일 수도 있고, 발자국이나 똥일 수도 있다. 근데 이런 것들이 화석이 되기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대부분의 뼈와 껍데기는 화석이 되기도 전에 99퍼센트가 파괴된다. 퇴적물이 유해를 덮기도 전에 부패해 사라진다. 매몰되더라도 빗물이나 지하수에 의해 용해돼 버리기도 한다. 지금까지 살았던 모든 생물 종(種)에 겨우 1퍼센트 정도만이 화석 기록으로 남을 수 있었다. 화석이 남는다는 것, 진짜 기적 같은 일이다. 그런데도 박물관은 화석으로 넘쳐난다. 영국 런던에 위치한 자연사박물관(Natural History Museum) 하나만 하더라도 화석을 900만 개 넘게 소장하고 있다. 선진국만이 아니다. 케냐의 나이로비국립박물관(Nairobi National Museum)에
이한기SBS
처음 『과학과 문화예술 소통워크숍 Ⅱ』 참가를 권유받은 건 서늘해진 햇볕 속에 아직 열기가 남아있던 계절 사이였다. 대학원을 떠난 지 5년, 과학기자 생활을 한 지도 4년이 넘어가면서 ‘과학’이라는 단어가 제법 멀게 느껴질 때쯤이었다.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던 ‘고향의 봄’ 같은 그리움에 선뜻 참석을 결정했고 그렇게 시간은 흘러 어느새 11월의 끝자락에 다다랐다. “그런데 워크숍이랑 우리 일이랑 어떤 연관성이 있는거야?” 워크숍에 가기 위해 이틀 동안 자리를 비운다는 나의 이야기에, 선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선뜻 대답이 떠오르지 않아 ‘음’ 하며 시간을 벌어봤다. 상대방의 반응은 ‘과학과 방송 사이’에 관한 순수한 의문에 가까웠는데, 당시 나에겐 그 의문을 풀어줄 만큼의 진심어린 의지가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만나서 소통하는 거죠.” 조금 시간을 벌어본다고 순수해서 단단한 의문을 깨뜨릴
고호관작가
조금, 아니 많이 늦었다. 처음 소백산 천문대에서 열리는 『과학과 문화예술 소통워크숍』에 관해 들어본 건 10년쯤 전이었다. 아마 워크숍을 처음 시작하던 무렵이었다. 그 뒤로 몇 차례 초대 받긴 했지만, 회사에 다니고 있던 시절이라 시간을 내지 못했다. 아무래도 먹고 사는 게 우선이다 보니 그랬다. 언젠가 가기는 해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여의치가 않았다. 그리고 최근 회사를 벗어나 자유로운 몸이 되고 난 뒤에 우연히 다시 한 번 초대를 받았다. ‘이번에는 놓쳐서는 안 되겠다.’ 나 말고 어떤 분들이 오시는지도 모르는 상태였다. 아무렴 어떠랴. 지금까지의 경험에 따르면,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섞어 놓고 어울리게 만들며 대개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온다. 공통점이 있나 싶은, 잘 안 섞일 것 같은 사람들을 섞어 놓아도 의외의 지점에서 교점이 생기면서 이야기가 뻗어 나가기도 한다. 게다가 장소가 천문대라니. 웬만해서는 가 보기 힘든 장소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는 매년 과학, 예술, 문학, 언론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소통하는 '과학과 문화예술 소통 워크숍'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과학과 문화예술 소통워크숍은 무려 해발 1380m에 위치한 소백산 천문대에서 열리는데요. 그 곳에서 열리는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아태이론물리센터에서 특.별.히 파헤쳐보겠습니다! ***본 영상은 워크숍에 참석하신 유투버 과학쿠키 이효종 님께서 제작해주셨습니다.***
***본 영상은 영국왕립연구소(Ri)가 그 내용과 활용에 대한 신용을 보증합니다*** 영국왕립연구소(Ri): http://www.rigb.org/ ♥영상선정에 도움을 주신 분들♥ :손승우,이은희, 황정아, 이정원 (아태이론물리센터 과학문화위원단) :김지윤,이세리,정혜심,이상곤,임소정 (과학커뮤니케이터 및 아태이론물리센터 외부자문위원단)
***본 영상은 영국왕립연구소(Ri)가 그 내용과 활용에 대한 신용을 보증합니다*** 영국왕립연구소(Ri): http://www.rigb.org/ ♥영상선정에 도움을 주신 분들♥ :손승우, 이은희, 황정아, 이정원 (아태이론물리센터 과학문화위원단) :김지윤,이세리,정혜심,이상곤,임소정 (과학커뮤니케이터 및 아태이론물리센터 외부자문위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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