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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유기 골격체의 개발: 2025년 노벨 화학상

2025년 11월 통권 242호

2025년 노벨 화학상은 “금속-유기 골격체의 개발(development of metal-organic frameworks)”에 기여한 공로로 기타가와 스스무(北川 進, 1951-), 리처드 롭슨(Richard Robson, 1937-), 오마르 야기(Omar Yaghi, 1965-)의 세 사람에게 주어졌다. 이 글에서는 금속-유기 골격체의 역사적 배경과 더불어 이들 노벨상 수상자들의 업적을 개괄하고자 한다.


다공성 물질(porous materials)이란 많은 구멍을 포함하고 있는 물질로서, 해면이나 수세미와 같은 생물체, 그리고 더 나아가서 이들을 흉내 낸 합성수지 스펀지 등을 생각해 보면 어떤 구조일지 짐작이 될 것이다. 이들은 부피 대비 표면적이 넓기 때문에 다양한 산업적 응용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 중에서 구멍의 크기가 나노미터(nm) 수준인 물질을 나노다공성 물질(nanoporous materials)이라고 부르며, 부피 대비 표면적이 매우 넓을 뿐 아니라 구멍의 크기가 분자의 크기와 유사하여 선택적 투과 · 흡착 및 반응 전개가 가능하므로 정교하게 작동하는 기능성 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


나노다공성 물질의 대표적인 예는 제올라이트(zeolite)이다. 제올라이트는 규소, 알루미늄, 산소를 주성분으로 하는 고체 물질로, 0.3-0.8 nm 수준의 작은 구멍을 가지고 있다. 제올라이트는 자연 상태의 광물에서도 형성되기 때문에 일찍이 1756년에 스웨덴 광물학자 악셀 크룬스테트(Axel Cronstedt, 1722-1765)가 그 존재를 발견하여 보고한 바 있다. 크룬스테트는 물을 포함하고 있는 제올라이트를 가열하면 다량의 수증기가 발생하는 것을 보고 고대 그리스어로 “끓는 돌”이라는 의미의 “제올라이트”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이후 19세기와 20세기를 거치면서 다양한 광물 제올라이트가 발견되었고, 그 조성과 성질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특히 20세기 초에 제올라이트가 작은 크기의 분자는 통과시키는 한편 큰 분자는 걸러내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발견되면서 “분자 체(molecular sieve)”로서 흥미를 끌기도 했다.


제올라이트 연구는 20세기 후반으로 들어서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먼저 1948년 리처드 배러(Richard Barrer, 1910-1996)가 제올라이트의 합성법을 최초로 발표하여 원하는 구조를 균일하게 얻을 수 있는 인공 제올라이트의 시대를 열었고, 1950년대 후반에는 미국 서부에 다량의 천연 제올라이트가 묻혀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면서 싼 가격에 제올라이트를 생산할 수 있게 되었다. 이로써 제올라이트를 촉매 · 분리막 · 흡착제 등으로 활용하기 위한 산업적 연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었다. 한편, 1980년대까지는 규칙적인 결정 구조와 균일한 구멍 크기를 지닌 물질이 제올라이트 외에는 없었고, 대안으로 다공성 유리, 활성탄 등 비정질 다공성 재료가 일부 연구되고 있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금속-유기 골격체(이하 MOF)가 새로운 재료 과학의 장을 열었다. MOF가 재료 과학 분야에 경이로움을 안겨준 핵심적인 특성은 바로 그 놀라운 다공성과 설계 가능성에 있다. MOF의 질량 대비 표면적(비표면적)은 인류가 만들어낸 물질 중 가장 높다. 예를 들어, 야기 그룹이 개발한 MOF-5의 경우, 1그램만으로 축구장 넓이에 달하는 표면적을 얻어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MOF를 구성하는 화학종들의 종류를 체계적으로 바꿈으로써 기공의 크기, 모양, 그리고 내부의 화학적 환경을 원자 수준에서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특성을 세밀하게 설계하고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MOF의 큰 강점이다. 앞서 살펴본 제올라이트는 뛰어난 안정성과 규칙성을 지니지만 구조의 다양성과 기능화에 한계가 있다.


MOF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배위 결합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배위 결합이란 공유 결합의 일종으로, 공유 결합에 필요한 두 개의 전자를 결합에 참여하는 두 원자 중 한 원자가 전부 제공하는 결합을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전자가 부족한 원자와 전자가 풍부한 원자 사이에서 형성되며, 공유 결합에 사용된 전자 두 개를 두 원자가 나눠 갖는다고 생각하면 전자가 풍부한 원자는 전자를 내주는 셈이므로 전자 주개(electron donor), 전자가 부족한 원자는 전자를 받는 셈이므로 전자 받개(electron acceptor)라고 부른다. 배위 결합은 배위 화합물(coordination compounds)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배위 화합물은 금속 양이온을 중심으로 여러 분자 혹은 음이온이 결합해 있는 화합물로, 금속 이온은 배위 중심(coordination center), 여기에 결합한 분자 혹은 이온은 리간드(ligand)라고 부른다. 배위 중심인 금속 이온은 전자가 부족하고, 리간드는 반대로 전자가 풍부하기 때문에 둘 사이에 배위 결합이 형성될 수 있으며, 특히 리간드 중에서 금속 양이온과 직접 배위 결합을 형성하는 원자를 주개 원자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하나의 금속 이온에 여러 리간드가 붙을 수 있고, 이 리간드들은 일정한 기하학적 구조를 이룬다. 예를 들어 항암제로 널리 쓰이는 시스플라틴(cisplatin)의 경우 백금 금속 이온(Pt2+)에 암모니아(NH3) 리간드 두 개와 염화 이온(Cl-) 리간드 두 개가 결합한 구조로, 금속 이온과 네 개의 주개 원자들이 모두 한 평면상에 존재하여 사각 평면 구조를 이룬다(그림 1). 또한, 주개 원자는 한 리간드 안에 여럿 존재할 수 있다. 한 리간드의 여러 주개 원자가 동일한 금속 이온과 배위 결합을 형성하는 경우, 이 리간드는 하나의 주개 원자만 사용하는 리간드에 비해 훨씬 더 강력하고 안정적으로 결합할 수 있으며 이를 킬레이트(chelate)라고 부른다.


그림 1. 시스플라틴의 구조. 중심의 청록색 공은 백금 금속 이온을, 녹색 공은 염화 이온을, 파란색 공은 질소 원자를, 흰색 공은 수소 원자를 의미한다. (출처: Wikipedia)


그런데 이러한 리간드가 같은 금속 이온에 결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금속 이온을 연결한다면 어떨까? 즉, 리간드에 주개 원자가 여럿 존재하고, 각 주개 원자가 다른 금속 이온과 결합하고, 각 금속 이온들은 또 다른 리간드의 주개 원자와 결합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매우 커다란 구조체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그림 2). 이를 가리켜 배위 고분자(coordination polymer)라고 부르며, 이 용어는 1916년 처음 사용되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전까지 합성된 대부분의 배위 고분자는 구조적으로 밀도가 높거나, 내부에 있던 용매와 같은 게스트 분자를 제거하면 골격이 붕괴되어 영구적인 다공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게다가 당시 재료 과학의 주된 관심사는 전기 전도성이나 자성 같은 고체 물성을 구현하기 위해 원자들이 빽빽하게 채워진 밀도 높은 구조를 만드는 것이었기에, 물질 내부의 빈 공간은 불필요하거나 심지어 구조적 결함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었다.


그림 2. 배위 고분자의 개념도. M은 금속 이온, L은 리간드를 의미한다. 한 금속 이온이 네 개의 리간드와 결합하고, 각 리간드는 두 개의 서로 다른 금속 이온과 결합하여 커다란 구조체를 형성한다. (출처: Wikipedia)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MOF가 탄생했다. MOF라는 이름은 금속(metal)과 유기(organic) 리간드로 이루어진 구조체(framework)라는 뜻으로, 배위 고분자의 철학을 그대로 담고 있다. 하지만 MOF는 지금까지의 배위 고분자 연구와는 완전히 다른 접근법과 응용을 보여주었다. 롭슨, 야기, 기타가와의 MOF 연구는 단순히 새로운 물질을 우연히 “발견”하는 것을 넘어, 분자 단위의 부품들을 의도적으로 조립하여 원하는 구조와 기능을 가진 물질을 예측하고 “설계”하는 새로운 과학의 시대를 열었다. 또한 이들은 쓸모없어 보이는 빈 공간이 분자를 가두고, 인식하며, 변환시키는 특별한 화학 반응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잠재력에 주목했고, 이는 오늘날 MOF가 기체 저장 · 분리, 촉매 등 여러 응용 분야의 핵심이 되게 한 근본적인 원리가 되었다.


최초의 MOF는 이번 노벨 화학상 수상자 중 하나인 리처드 롭슨의 연구에서 등장했다. 롭슨은 이 아이디어를 1974년의 어느 날, 화학 수업을 준비하면서 얻었다고 이야기한다. 롭슨은 분자의 구조를 설명하기 위해 직접 나무를 깎아 공과 막대 모양의 모형을 만들고 있었다. 공은 원자, 막대는 화학 결합을 나타낸다. 분자가 정확한 구조를 갖기 위해서는 막대가 끼워질 구멍이 공 위의 정확한 위치에 뚫려 있어야 했다. 그걸 정교하게 조절하기 위해 애쓰던 롭슨에게 불현듯 한 생각이 떠올랐다. ‘원자의 이러한 구조적 정보 덕분에 정교한 분자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이렇게 정확한 구조적 정보를 갖는 더 큰 분자 덩어리가 존재한다면 이들을 조립하여 새로운 구조체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 아이디어를 오래 간직하고 있던 롭슨은 마침내 간단한 시스템으로 이 아이디어를 테스트해 보기로 결심했다. 그는 1가 구리 양이온(Cu+)과 테트라나이트릴(tetranitrile) 리간드를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그가 사용한 테트라나이트릴 리간드는 견고한 정사면체 구조를 이루고 있는 분자로, 각 꼭짓점에 주개 원자로 작용할 수 있는 나이트릴 작용기가 존재한다. 구리 양이온과 네 개의 나이트릴 작용기가 배위 화합물을 형성하면 역시 정사면체 구조를 이루기 때문에 이들이 제대로 조립된다면 3차원에서 정사면체 구조가 반복되는, 다이아몬드와 유사한 구조의 결정을 얻을 수 있다. 이 때 사용된 분자 조각들의 크기 차이로 인해 그 안에는 규칙적인 기공 구조가 만들어졌다(그림 3). 새로운 나노다공성 물질의 탄생이었다.


그림 3. 롭슨이 개발한 골격체의 구조. 각 구리 이온이 네 개의 나이트릴 작용기와 정사면체 형태로 결합하고, 나이트릴 작용기는 각각 정사면체 모양의 유기 분자의 꼭짓점에 위치하여 전체적으로 정사면체가 반복되는 구조를 이룬다. (출처: nobelprize.org)


이 물질은 1989년 《미국 화학회지(Journal of American Chemical Society)》에 무한 고분자 골격체(infinite polymeric framework)라는 이름으로 발표되었고, 후속 연구자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특히 롭슨은 이 논문에서 이러한 다공성 골격체가 분자 체나 이온 교환 특성을 가질 수 있으며, 골격체 합성 후 추가적인 화학적 변형도 가능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이는 훗날 MOF의 핵심 응용 분야로 자리 잡은 기체 분리, 이온 교환, 촉매 작용 등을 정확히 예측한 놀라운 통찰력이었다.


배턴을 이어받아 이 분야를 극적으로 확장시킨 것은 오마르 야기와 기타가와 스스무였다. 그 중 야기의 과학적 기여는 “그물 화학(reticular chemistry)”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창시하고 체계화한 데 있다. 그는 이 개념을 “분자 구성 요소(building block)를 강한 결합으로 엮어 미리 설계된 구조의 결정성 구조체를 만드는 화학”으로 정의했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분자 조각을 연결하여 거대한 구조를 만들려는 시도는 대부분 무질서하고 특성을 규명하기 어려운 비정질 물질로 귀결되기 일쑤였다. 야기의 연구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견고한 분자 조각들을 사용하여 안정적인 구조를 얻어내는 쪽으로 발전하였다.


야기는 1995년, 전하를 띤 유기 리간드, 특히 카복실산염(carboxylate)을 사용하여 금속 이온을 강한 배위 결합으로 연결함으로써 안정적인 결정 구조를 얻는 데 성공하며 이 난제를 돌파했다. (MOF라는 명칭이 최초로 사용된 것도 이 논문에서였다.) 더 나아가 1998년, 그는 “2차 구성 단위(secondary building unit, SBU)”라는 핵심적인 개념을 도입했다. SBU는 단일 금속 이온이 아닌, 여러 개의 금속 원자와 산소 등이 결합하여 형성된 견고한 금속 클러스터를 의미한다. 이 SBU를 하나의 단단한 건축 부품으로 사용함으로써, 전체 골격체의 구조적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었다. 이 전략은 게스트 분자가 없는 상태에서도 구조가 붕괴되지 않는 안정적인 MOF를 개발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야기의 그물 화학 연구가 낳은 상징적인 결과물은 1999년 《네이처(Nature)》에 발표된 MOF-5이다. MOF-5는 아연 원자 4개와 산소 원자 1개로 이루어진 사면체 형태의 아연 산화물 클러스터(Zn4O)를 SBU로 사용하고, 이를 테레프탈산(C6H4(COOH)2) 리간드로 연결하여 만든 MOF로, 3차원 입방체 구조를 가진다(그림 4). MOF-5는 내부의 용매 분자를 완전히 제거한 후에도 결정 구조가 붕괴되지 않았으며, 건조한 비활성 기체 조건에서 최대 300°C의 고온까지 견딜 수 있었다. 이는 당시까지의 배위 고분자들이 게스트 분자 없이는 구조를 유지하지 못한다는 통념을 완전히 뒤집은 충격적인 결과였다. 또한, MOF-5는 대부분의 제올라이트를 능가하는 높은 비표면적과 기공 부피를 기록하며, MOF가 지닌 잠재력을 증명하였다. 이후 MOF-5는 수소 저장, 기체 흡착 등 초기 MOF 응용 연구에서 표준 물질로 널리 사용되며 해당 분야의 발전을 견인했다.


그림 4. 야기가 개발한 MOF-5의 구조. 열적으로 매우 안정하고 비표면적이 넓다는 특징을 가진다. (출처: nobelprize.org)


야기의 비전은 MOF에만 머무르지 않았다. 그는 그물 화학의 원리가 더욱 보편적인 재료 설계 원리임을 증명하고자 했다. 2005년, 그는 금속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탄소, 붕소, 질소, 산소와 같은 가벼운 원소들만을 강한 공유 결합으로 연결하여 다공성 결정 구조를 만드는 데 성공했고, 이를 “공유 유기 골격체(covalent organic frameworks, COFs)”라고 명명했다. 또한, 그는 제올라이트와 동일한 위상 구조를 가지면서도 금속-이미다졸레이트 결합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골격체인 “제올라이트형 이미다졸레이트 골격체(zeolitic imidazolate frameworks, ZIFs)”를 개발했다. COF와 ZIF의 개발을 통해 그는 그물 화학이 특정 물질군에 국한되지 않는, 강력하고 보편적인 설계 원리임을 입증하였다.


한편, 기타가와는 두 가지 다른 측면에서 MOF 연구에 기여했다. 한 가지는 MOF의 기능성을 발견한 것이고, 또 한 가지는 유연한 MOF를 개발한 것이다. 1997년, 기타가와는 자신의 연구 그룹에서 합성한 배위 고분자가 내부의 게스트 분자를 제거한 후에도 안정적인 다공성 구조를 유지하며, 상온에서 메테인, 질소, 산소와 같은 작은 기체 분자들을 가역적으로 흡착하고 방출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기타가와의 연구는 이 물질들이 기체 저장 · 분리 · 운송과 같은 실용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녔음을 명확히 보여주었다. 이는 MOF 연구의 패러다임을 구조 중심에서 기능 중심으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며, MOF가 단순한 학문적 탐구 대상을 넘어 에너지 및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소재로 주목받기 시작한 출발점이었다.


또한, 야기가 주로 열적 · 화학적으로 안정적이고 견고한 골격체를 개발하는 데 집중했던 것과 대조적으로, 기타가와는 MOF가 외부 자극에 반응하여 구조가 유연하게 변할 수 있는 부드러운 물질이 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MOF를 구성하는 유기 리간드의 회전이나 골격 전체의 미세한 뒤틀림을 통해 물질이 동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온도, 압력, 빛, 또는 특정 게스트 분자의 존재와 같은 외부 자극에 반응하여 결정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그 구조가 가역적으로 변하는 지능형 물질로 쓰일 수 있다(그림 5). 예를 들어, 분자의 크기는 거의 같지만 화학적 특성이 미세하게 다른 기체 혼합물이 있을 때, 단단한 MOF로는 분리가 어렵겠지만 유연한 MOF는 특정 기체에만 반응하여 기공을 열도록 설계함으로써 매우 높은 분리 효율을 달성할 수 있다. 이는 재료 과학에 효소의 기질 인식과 같은 생물학적 시스템의 원리를 도입한 개념적 진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림 5. 기타가와는 MOF가 주위 환경에 따라 가역적으로 구조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개념을 제안했다. (출처: nobelprize.org)


이 글에서는 2025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세 명의 과학자가 무엇을 이룩하였는지 간단하게 개괄해 보았다. 이들의 기여는 개별적으로도 뛰어나지만, 순차적이면서도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하여 하나의 거대한 학문 분야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롭슨은 의도적으로 설계된 다공성 네트워크 구조체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시하며 분야의 문을 열었다. 야기는 “그물 화학”이라는 강력한 설계 원리를 바탕으로 이 비전을 견고한 물질로 구현해냈으며, MOF를 실제 응용의 영역으로 이끌었다. 마지막으로 기타가와는 기능에 집중하여 “동적 기능성”이라는 새로운 차원을 도입하여, MOF를 외부 자극에 반응하는 지능형 소재로 승화시킴으로써 응용의 지평을 극적으로 넓혔다. 현재 MOF는 기체 저장 및 분리, 촉매 및 화학 공정, 수분 포집, 약물 전달 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실험실 연구를 넘어 상용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이번 노벨 화학상이 MOF 연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그 잠재력이 연구실을 넘어 산업과 일상으로 이어지는 모습을 곧 보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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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모
부산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