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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지 싱크홀: 왜 발생하는가?

2025년 7월 통권 238호

최근 약 10년간 국내 수도권에서는 2014년 8월 서울 송파구 석촌지하차도 부근, 2015년 2월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2019년 12월 경기도 고양시 백석동, 2020년 8월 경기도 구리시 교문동, 2024년 8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2025년 3월 서울 강동구 명일동 등에서 싱크홀 현상이 발생하였다. 이는 시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본래 싱크홀이란 용어는 석회암 지역에서 발생하는 땅꺼짐 현상을 지칭하는 전문 용어이다. 석회암을 구성하는 주요 광물인 방해석은 이산화탄소가 용해된 빗물에 의해 화학적으로 침식된다. 이 과정이 오랜 세월동안 이루어질 경우, 지하에 공동이 발생하며, 이 공동은 주로 물길을 따라 확장한다. 이러한 원리로 석회암 지역에는 큰 규모의 동굴이 형성되며, 대표적인 사례로는 국내 강원도 영월의 고씨동굴, 충청북도 단양의 고수동굴이 있으며, 해외에는 미국 켄터키주 매머드 동굴(Mammoth Cave)이 있다. 이렇게 형성된 지하공동이 상부 하중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여 붕괴될 경우, 땅꺼짐 현상이 발생하게 되며, 전통적으로 이를 지칭하는 고유명사로 싱크홀이란 용어가 사용되어 왔다. 즉, 싱크홀이란 현상이 드러나기 위한 필요조건은 지하공동의 형성이다.


하지만, 최근 10년 동안 국내 도시권에서 많은 땅꺼짐 현상이 발생하였으며, 이에 따라 모든 땅꺼짐 현상을 지칭하는 일반명사로 싱크홀이란 용어가 사용되는 추세이다. 그렇다면, 과연 국내 도심지 지역에서 싱크홀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국내 수도권 지역의 기반암은 대부분 화강암 혹은 화강편마암이며, 이러한 암석은 화학적 침식에 매우 강하다. 따라서 자연적인 원인으로 인해, 국내 도심지 지하 공간에 공동이 발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며, 대부분 도심지 싱크홀은 인위적인 원인으로 인해 지하에 공동이 생긴 후, 공동이 붕괴하여 발생한다. 


국토교통부는 국내 도심지 싱크홀의 발생원인으로 되메우기 불량, 부실 지하 공사, 그리고 노후 매립 관거의 손상으로 파악하였다. 되메우기 불량으로 인해 발생하는 싱크홀의 발생과정은 그림 1과 같다. 되메우기란, 지반을 굴착한 후(그림 1(a), (b)), 지하 구조물을 설치한 후(그림 1(c)), 원래 지반의 높이까지 흙을 쌓는 공사(그림 1(d))를 일컫는다. 이 때, 점성토와 같이 압축성이 큰 흙을 이용하여 되메우기 공사를 수행하거나, 되메운 지반을 충분히 다지지 않을 경우, 지반이 압축되어, 포장층과 되메운 지반 사이에 공동이 발생(그림 1(e))하게 된다. 그 후, 교통 하중 등으로 인해 포장층에 충격이 가해질 경우, 포장층이 붕괴하여 싱크홀이 발생(그림 1(f))하게 된다. 되메우기 불량으로 인한 싱크홀은 지하 공간을 구성하는 재료인 흙의 유출이 아닌, 지반의 부피 감소로 인해 발생하는 싱크홀이다. 따라서 보통 1 m 이내의 소규모 싱크홀이 주로 되메우기 불량으로 인해 발생한다.

그림 1. 되메우기 불량으로 인해 발생하는 싱크홀의 발생 과정


그림 2. 지반 굴착과 안식각


부실 지하 공사로 인해 발생하는 싱크홀은 주로, 터파기 공사 혹은 터널 건설 현장에서 주로 발생한다. 터파기 공사는 주로 건축물의 지하실 건설을 위해 지표로부터 지반을 굴착하는 공사를 지칭한다. 이를 이해하려면 토질역학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흙이 자연상태에서 안정적인 사면을 이룰 때, 수평면과 유지하는 각도를 안식각이라 한다. 모두가 어린 시절에 경험했듯이, 완전히 건조한 모래로는 모래성을 쌓을 수 없으며, 모래성을 쌓기 위해서는 적당량의 물이 필요하다. 하지만 파도가 밀려와 모래성 내부가 물로 가득 찰 경우, 모래성은 무너진다. 즉, 건조한 상태 혹은 흙 사이 빈 공간이 물로 가득 찬 상태에서 안식각은 작으며, 물이 적당히 포함된 흙의 안식각은 크다. 그림 2는 굴착 시 지반의 거동을 간략히 보여준다. 지반을 굴착할 때, 굴착 옆면의 흙은 안식각을 형성할 때까지 지속적으로 붕괴(그림 2(a), (b))한다. 특히, 지하수위 아래 지반의 경우, 안식각이 작으므로 굴착 옆면이 붕괴하는 정도가 크다. 예를 들어 약 30도의 안식각을 가지는 흙으로 구성된 지반에 터파기 공사를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굴착 심도의 1.7배 정도의 추가 공간이 필요하다. 즉, 10 m 깊이로 지반을 굴착하기 위해서는 그림 2(c)와 같이 약 17 m의 공간을 측면에서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도심지에서는 충분한 공간이 없으며, 이에 따라 굴착 옆면에 단단한 벽체를 시공하여 지반의 무너짐을 방지하면서 충분한 굴착 공간을 확보한다. 이러한 벽체를 흙막이 벽체라 한다. 그림 3은 흙막이 벽체를 활용한 지하공간 굴착을 도식화하여 보여준다. 만일 그림 3(b)와 같이 벽체에 작은 틈이 존재하는 경우, 흙이 물과 함께 지속적으로 배출되게 된다. 지반에 흙이 배출된다는 것은 다른 지역에 존재하는 흙이 이동한 것이므로, 터파기 공사 부근 지하 공간에는 그림 3(c)와 같이 지하 공동이 발생하게 된다. 그 후, 지하 공동이 너무 커져서 상부 하중을 포장층이 지탱하지 못할 경우, 그림 3(d)와 같이 땅꺼짐 현상이 발생하고 싱크홀이 발생한다.


그림 3. 터파기 공사 시 발생하는 싱크홀의 발생 과정



현재 우리나라에선 철도, 도로 및 전력 이송체계의 지중화 등으로 인해 도심지에서 수없이 많은 터널이 건설되고 있다. 터널이 위치하는 심도에 따라 흙으로 구성된 지반을 통과할 수도 암반으로 구성된 지반을 통과할 수 있다. 주로 흙으로 구성된 지반을 터널 시공을 위해 굴진할 때, 싱크홀과 같은 재해가 발생한다. 흙은 입자로 구성된 입상 재료이며, 흙의 강성은 흙에 얼마나 강한 압축력이 작용하는지가 중요하다. 지표 상에 있는 흙은 작은 강성을 가지지만, 강하게 압축되어 있는 흙은 큰 강성을 가진다. 쉽게 생각하면, 흙과 마찬가지로 입자로 구성된 쌀은 일반적인 조건에서는 숟가락을 이용하여 쉽게 뜰 수 있지만, 진공 포장기로 압축한 쌀을 벽돌과 같이 단단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토사 구간에서 터널 건설을 위해 굴진 시, (막장이라 불리우는) 맨 앞부분은 흙을 강하게 구속하던 힘이 사라지면서 강성이 작아지게 된다. 따라서, 터널 공사는 그림 4(a)와 같이 가장 연약한 부분인 막장을 지속적으로 굴착하여 전진하는 난이도가 매우 높은 공사이다. 또한 지하수위 아래 지반에서 터널을 시공할 경우, 터널 내부로 지하수 흐름 또한 지속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만일 지하수의 흐름이 빠르다면, 물이 흐르면서 토사를 함께 이동시키게 되며, 이 같은 현상을 파이핑이라 한다. 만일, 토사의 강성 저하 혹은 파이핑과 같은 이유로 막장이 붕괴된다면, 그림 4(b)와 같이 터널 내부로 흙과 물이 쏟아지게 된다. 이 때, 지반내 물과 흙이 함께 막장 쪽으로 이동하게 되고, 이에 따라 지표에서는 싱크홀이 발생하게 된다. 터널을 ‘부피가 매우 큰 인공 지하 공동’으로 본다면, 많은 량의 토사를 보관할 수 있는 창고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따라서, 물과 흙이 지속적으로 터널 내부로 유입되게 되고, 이에 따라 그림 4(c), (d)에서 보이듯 싱크홀은 지속적으로 확장하게 된다. 부실 지하 공사로 인한 싱크홀은 지하 공간을 구성하는 재료인 흙의 유출이 주요 원인이다. 따라서 싱크홀의 깊이는 최대로 공사 심도까지의 도달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대규모 싱크홀의 발생이 가능하다.

그림 4. 터널 굴착 시 싱크홀 발생 가능 시나리오의 실험적 구현


도심지 싱크홀의 세번째 주요 원인으로는 매립 하수관거의 노후화이다. 그림 5는 하수관거의 노후화가 어떻게 싱크홀을 발생시킬 수 있는지를 도식화하여 보여준다. 우리나라 도심지와 같이 30년 이상 도시화가 된 지역에서는 교량, 터널, 도로, 하수관거와 같은 사회기반시설이 노후화되기 시작한다. 노후화된 그림 5(a)와 같이 하수관거는 작은 충격에도 균열 및 파손에 취약하다. 균열된 하수관거가 매립된 곳에서 집중 호우가 발생할 경우, 빗물로 인해 하수관거 내부의 물이 가득차게 되고, 이 물은 균열을 통해 지반으로 유입되며, 이에 따라 지하수위 또한 상승한다(그림 5(b), (c)). 그 후, 집중 호우 종료 후, 관거 내부의 수위가 지하수위 보다 빠르게 하강하여, 지하수는 관거 내부로 유출된다. 이 때, 균열의 폭이 충분히 크다면, 그림 5(d)에서 보이듯 물이 흙입자와 함께 관거 내부로 유출된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결국 다른 공간에서 지반을 구성해야 하는 흙입자가 유출되어 그림 5(e)와 같이 지하 공간엔 공동이 발생한다. 이 현상이 반복되어 지속적으로 흙입자의 유실이 발생할 경우, 지하 공동은 확장하게 되고, 만일 지하 공동이 너무 커져 상부 하중을 더 이상 지탱할 수 없을 경우, 그림 5(f)와 같이 싱크홀이 발생한다. 하수관거 손상으로 인한 싱크홀은 그 발생심도는 관거의 매립심도와 일치하는 경향이 있다. 서울시의 일반적인 관거 매립심도가 1 m 내외이므로 보통 심도 1 m 정도의 중간 규모의 싱크홀이 이 경우 발생할 수 있다.

그림 5. 하수관거 손상으로 인한 싱크홀 발생 과정


도심지에서 발생하는 싱크홀의 발생 원인으로부터 그 대응책을 분석해 보면, 먼저 되메우기 불량 혹은 부실 지하공사로 인한 싱크홀은 인간이 수행하는 공사의 영향이 절대적이므로 인재(人災)에 가깝다. 지하 공사의 대원칙은 주변부 지반에 최소한의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따라서, 충분한 공사기간과 시공금액을 바탕으로 굴착면 혹은 터널 막장으로부터 토사 및 지하수 유출량을 실시간으로 엄밀하게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한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 당장 이는 싱가폴과 같은 해외에서 국내 보다 더 어려운 조건을 가진 지반에서 더 어려운 지하 시설물을 국내 건설사들이 성공적으로 완수한 사례는 매우 많다. 단, 이러한 국가의 경우, 사회기반시설에 충분한 재화와 시간을 투자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사회기반시설 건설에서는 기술적 요인보다 사회경제적 요인을 바탕으로 재화와 시간을 결정하여, 충분한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가 있다. 즉, 기술적 접근 보다는 사회경제적 접근을 통해 이러한 싱크홀 발생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하수관거 노후화로 인한 싱크홀의 경우 인재보다는 천재에 가깝다. 그 누구도 시간의 흐름을 역행할 수 없으며, 사회기반시설의 노후화를 막을 수 없다. 따라서, 싱크홀 발생 과정 중, 가장 중요한 과정인 하수관거로의 토사의 유출을 균열이 발생하더라도 막는 기술의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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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인
인천대학교 도시환경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