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FI 이삭학자와 이삭세계의 이삭들 1

나는 입국 심사관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평소에는 시선을 마주치지 않고 멀리 던지기 때문에 무기력해보이지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눈을 마주칠 때마다 시선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눈매는 높지도 낮지도 않지만 눈썹이 진해 인상적이다. 눈동자는 다소 작다. 기억 속의 그 얼굴이다. "트리슐라는 처음이신가요?" "네." 내 가면에 붙은 음성합성기에서 거친 변조음이 나오자 제복을 입은 입국 심사관은 놀란 표정이었다. 명찰에는 엠마 이삭이란 이름표가

Cross Street 양자컴퓨터는 비트코인을 깰 수 있을까? (2)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는 타원곡선을 기반으로하는 ECDSA (Elliptic Curve Digital Signature Algorithm) 서명 시스템을 활용하는데, 이를 통해 사용자들의 각 트랜잭션이 인증되고, 자산의 소유권이 증명된다. 이때 ECDSA는 트랜잭션과 소유권의 보안 보장을 위해 1) 개인키를 이용한 서명 생성, 2) 공개키를 이용한 서명 검증, 3) 소유권 증명 기능에 활용된다. 그런데 타원곡선의 암호화 효율성은 ECDSA가 R

SF Review 우주적 느와르의 세계

해도연 작가는 현직 천문학자이며, 과학적 지식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이른바 ‘하드SF’를 쓴다. 그의 작품을 처음 펼칠 때는 언제나 ‘이렇게 어려운 걸 내가 읽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그런데 읽다 보면 ‘어떻게 이렇게 엄청난 상상을 할 수 있지!’ 하고 한 문단에 평균 세 번씩 감탄하게 된다. 여기서 ‘엄청나다’는 규모가 우주적으로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사건과 설정의 바탕이 되는 지식의 넓이와 깊이가 방대하다는 뜻이기도 하며,

APCTP Plaza ‘덕후’는 과학문화의 ‘뉴 웨이브’를 꿈꾼다

한국 사회에서 과학은 문화가 될 수 있을까? 그 전에, 문화란 무엇일까? 인류학자인 에드워드 버넷 타일러(Edward B. Tylor)는 문화를 “지식, 믿음, 기술, 도덕, 법, 관습, 그리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인간이 습득한 다른 모든 능력과 습관을 포함한 복합적 전체’로 정의한다. 여기에 포함되는 가치와 신념, 생활양식에 과학의 자리는 있을까? 있다면 얼마나 될까? 가장 잘 정착한 종교가 종교 행위라는 의식 없이 사람들의 생활 속에 하나의

Cross Street 우리는 우주의 진짜 얼굴을 보고 있는가?

우리는 바라보는 행위를 매개로 하여 보이는 것 너머의 의미를 파악하려 애쓴다. 대상을 관찰하고 이해하는 방식에는 여러 길이 존재하지만, 과학은 보편적인 이해에 도달하기 위해 대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려 노력한다. 그러나 우리가 실제로 마주하는 것은 우리의 관점에 의해 구성된 세계일 뿐이다. 우리의 감각 기관은 우주의 극히 일부만을 감지할 수 있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고안된 관측 장비 또한 나름의 한계를 지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의 감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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