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문제의 위험을 고발한 노벨 물리학상
예상욱 / 한양대 ERICA 해양융합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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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에도 어김없이 노벨상 수상 소식이 우리에게 전해졌다. 안타깝게 올해에도 우리나라 과학자가 노벨 과학상-물리학상, 화학상, 생리학·의학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수상자 명단에 그 이름을 올릴 날이 머지않았다고 확신한다. 
노벨상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다이너마이트의 발명가인 스웨덴의 알프레드 노벨이 1895년 작성한 유언에 따라 매년 인류의 문명 발달에 학문적으로 기여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상으로 1901년에 제정되었으며 물리학상, 화학상, 생리학·의학상, 문학상, 평화상 그리고 경제학상이 있다. 1901년 첫 노벨 물리학상은 독일의 물리학자 뢴트겐이 오늘날 X선으로 불리는 파장이 짧은 전자기파를 발견한 업적으로 수상하였다. 노벨상은 독창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인류에 큰 기여를 한 연구, 발명이 있을 경우 그 아이디어나 원리를 맨 처음 만들거나 발견한 사람에게 상을 수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 1 2021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인 마나베 슈쿠로 (좌), 클라우스 하셀만 (중앙), 조르죠 파리시 (우) 
(노벨 위원회 제공)


2021년 노벨 물리학상은 지구의 복잡한 기후와 무질서한 물질에 대한 인류의 이해를 넓힌 물리학자 3명에게 돌아갔다 (그림 1).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수상자로 마나베 슈쿠로(90세) 미국 프린스턴대 수석 기상학자, 클라우스 하셀만(90세) 독일 막스플랑크 기상연구소 연구원, 조르조 파리시(73세) 이탈리아 사피엔자대 교수를 선정했다. 이들 중 마나베 박사는 1960년대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증가가 지구의 온도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을 규명했다. 하셀만 박사는 1970년대에 해양학을 접목해 신뢰성 높은 기후 모델을 만들었다. 그가 개발한 모델은 온도 상승이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 배출 때문임을 증명하는데 사용됐다. 마나베 박사와 하셀만 박사는 지구 기후의 물리적 모델링, 변동성 정량화, 지구 온난화 예측 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것이다. 토르스 한스 한손 노벨 물리학위원회 회장은 “올해 노벨물리학상으로 인정된 발견들은 기후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철저한 분석을 바탕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나아가 노벨위원회는 “마나베 박사와 하셀만 박사는 지구의 기후가 인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했다”고 밝혔다. 

왜 노벨 물리학 위원회는 순수한 (?) 물리학자들이 아닌 두 명의 기후 과학자들에게 2021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여하였을까? 노벨상 수상 후 전화 인터뷰를 통해 마나베 박사는 "기초연구를 통해 기후를 이해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며 "기후변화에 대한 이해가 없는 예측은 점쟁이의 예측보다도 정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하셀만 박사는 "지난 50년 넘게 기후 변화의 위험성을 경고해왔다"며 "기후 과학자로 지금까지 싸워왔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은 향후 몇 년 안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 하루빨리 행동해야한다는 점을 잘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며 "기후변화에 대한 조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마나베 박사는 요미우리 신문과 인터뷰에서는 자신이 수상자로 선정된 것은 "기후 변동 문제가 전에 없이 커진 것이 배경"이라며 최근 전 세계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홍수, 가뭄, 화재, 이상고온현상등을 예로 들었다. 마나베 박사는 "이전에는 나도 지구 온난화 문제가 이렇게 커질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라고 이야기 했다. 노벨 물리학 위원회가 두 사람의 기후 과학자에게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정확한 이유를 우리가 알 수는 없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2021년 노벨 물리학상은 인류에게 기후변화 문제의 위험성을 고발하고 인류가 지금이라도 당장 기후변화 문제에 시급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던져 주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전 세계는 지구 온난화에 기인한 기후 변화로 기온과 강수로 대표되는 자연적인 기후 변동 현상들인 가뭄, 폭염, 홍수, 한파 등의 현상이 강도나 빈도 측면에서 점점 더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기후 위기 (危機) 시대를 경험하고 있다. 2021년 8월 전 세계 기후 변화 연구에 있어서 가장 권위있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1실무그룹에서 발표한 제 6차 과학평가보고서에 따르면 19세기 후반부터 현재까지 전 지구 평균 기온이 약 1.1도 올랐다 (그림 2 참조). 이와 같은 지구온난화가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 증가에 기인한 것이라는 사실은 지금까지 수많은 과학자들의 다양한 연구 결과를 통해 논쟁의 여지가 없이 명백해 졌다.


그림 3 마나베 교수가 제안한 지표면 온도와 온실가스와의 물리적 상관성에 대한 모식도
 (노벨 위원회 제공)

마나베 박사는 1960년대 후반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구온난화와 온실가스 증가에 대한 물리적 상관성을 최초로 제안한 과학자이다 (그림 3 참조). 그는 어떻게 이 사실을 알게 되었을까? 그 해답은 “기후 모델”에 있다. 마나베 박사는 현재 기후변화의 예측의 필수적인 도구인 '전 지구 기후 모델'을 개발하도록 길을 연 기후 모델의 창시자이다. “기후 모델”은 지구 기후시스템을 구성하고 있는 기후 요소들인 대기, 해양, 지면, 빙권, 및 식생 간의 상호작용을 지배하고 있는 다양한 물리, 화학, 생물학적 법칙을 정량적인 방정식을 동원하여 모의하는 프로그램이다. 기후 모델은 태양으로부터의 태양 복사와 지구로부터의 지구 복사과정을 포함하여 지구 기후시스템의 내부변동을 모의하는데 이런 기후모델은 아주 간단한 에너지 밸런스 모델에서부터 3차원 공간에서 기후 시스템 내의 다양한 물리-화학적 과정들과 그들간의 복잡한 상호작용- 대기/해양의 상호작용, 에너지, 물의 이동, 대기 화학 과정 및 해양과 육지의 생지화학과정-을 모의할 수 있는 전 지구 시스템 모델까지 서로 다른 복잡성을 가지고 있다. 마나베 박사는 1960년대에 지구의 대기를 9개의 층으로 나누고 다양한 물리 방정식-운동 방정식, 열역학 방정식, 이상 기체 방정식, 질량 보존 방정식 및 수증기 보존 방정식-을 수치적으로 프로그램화한 대기 기후 모델을 최초로 개발하였다. 이 프로그램을 대용량 컴퓨터로 계산한 다음 모의된 결과를 통해 대기 중 온실가스가 대기 장파 복사를 통해 지구 지표면 온도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인지할 수 있었다. 특히 실제 지구에서 나타나는 대류현상의 영향과 온난화에 따라 증가하는 수증기의 온난화 되먹임 효과를 반영함으로써 지구에서 관측되는 기후변화 물리과정에 대한 설명을 가능하게 했다. 이를 통해 훨씬 현실적인 기후모델이 개발될 수 있게 되었다.





그림 4 하셀만 박사가 처음으로 제안한 기후 변동성 내에서 기후변화 “지문”을 찾아내는 방법을 보인 모식도  
(노벨 위원회 제공)


하셀만 박사는 1970년대 발표한 논문을 통하여 지구 기후 변동성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해양의 장기 변동성이 매일 매일 변하는 날씨와 어떤 관련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최초로 발견한 과학자이다. 이 연구 결과를 통해 기후의 조절자인 해양의 중·장기 변동성이 어떻게 야기되는지를 처음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즉 나비효과 또는 혼돈이론으로 잘 알려진 변화무쌍한 날씨로부터 천천히 변하는 해양의 자연변동성 패턴이 어떻게 발생할 수 있는지 이해하게 된 것이다. 또한 하셀만 박사는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인간활동에 있음을 밝혀내는 기후변화 탐지 분야를 처음으로 개척한 과학자이다. '기후 변화 탐지'는 어떤 특정한 기후 변동성이 지구의 자연 변동성을 벗어났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으로 실제 발생한 기후변화를 지구기후시스템 내부의 자연변동성과  외부의 힘에 의해서 발생한 강제 반응의 선형 합으로 가정하는 통계 모형을 처음으로 제시했다. 이후 1990년대 발표한 논문에서는 기후변화의 원인을 패턴으로 찾아내는 방법인 ‘지문(fingerprints)’ 방법을 고안하였다. 온실가스와 에어로졸, 태양활동과 화산활동 등의 인위적 또는 자연적인 요인들은 각각 특징적인 공간구조와 시간구조를 가지는 기후변동을 일으키며 지구 기후에 패턴을 남기는데 이 요인별 '지문' 패턴이 실제 관측에 존재하는지를 통계적 검정으로 확인하는 기법이다. 이 방법론의 개발로 실제 관측과 기후모델 모의결과의 비교가 가능해졌고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와 에어로졸이 기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게 된 것이다.


두 명의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이 선구자적인 연구 성과를 내지 않았다면 기후 모델이 개발되거나 또는 최근 관측되고 있는 기후 변화가 과연 인간활동에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자연변동성에 기인한 것인지를 명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마나베 박사가 처음 개발한 기후 모델은 이후 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지금 이 순간까지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나뭇잎의 성장까지 모의하는 매우 복잡한 “지구 시스템 모델”로 실제 지구와 매우 흡사해졌다. 이 "지구 시스템 모델"을 활용하여 새로운 과학적 발견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과학 분야에는 많은 난제들이 남아 있다. 특히 현재 지구의 기후 시스템이 가역적인 시스템인지 비가역적인 시스템인지 그리고 과연 지구 기후시스템에 티핑 포인트 (tipping point)는 존재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며 무엇보다 미래 기후 변화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지구 기후시스템에 숨어 있는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이해가 필요하다.  

앞으로 인류가 얼마만큼의 온실가스를 배출할 지에 따라 다가올 가까운 미래의 지구온난화 규모가 결정될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을 즉각적으로 감축하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2015년 파리협정에서 전 세계 지도자들이 “위험한 기후변화”의 기준으로 채택한 산업혁명 이전 대비 전 지구 평균온도를 2도 이내로 억제하고자 하는 온난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 2021년 노벨 물리학상이 우리에게 던져준 기후변화의 위험을 고발한 강력한 메시지를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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