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CTP 2020 올해의 과학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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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CTP 2020 올해의 과학도서

고급 과학콘텐츠 창출 및 보급, 과학문화 확산을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올바른 과학적 세계관을 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APCTP)에서는 과학자 및 과학도, 과학에 관심 있는 대중 모두가 과학적 사고의 지평을 넓혀 나가는데 도움을 주고자 '2020 올해의 과학도서'를 선정했습니다. 






□ 선정위원 명단
최진영(과학과사람들 대표, 선정위원장), 백두성(노원우주학교 관장), 이강영(경상대학교 물리교육학과 교수), 이명현(천문학자, 과학책방 갈다 대표), 장동선(뇌과학자, 과학커뮤니케이터), 손승우(한양대학교 응용물리학과 교수, APCTP 과학문화활동부 위원장), 이정원(ETRI, APCTP과학문화활동부 위원), 황정아(KASI, APCTP 과학문화활동부 위원)


<총  평>

과학 도서들에 대한 애정과 존중, 한권 한권의 의미와 가능성을 모두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과학책을 쓰고 출판하고 번역하는 일의 고단함에 비해 시장으로부터 얻는 보상이 터무니없이 낮은데 대한 안타까움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500여권의 과학책들 중 10권만을 골라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랜 시간의 논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단일한 기준을 정하는데 실패했고, 올해의 과학도서에 넣지 못해 아쉬운 책들의 리스트를 따로 간직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10권의 책들은 2020년을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프레임을 제공해주거나, 대중들에게 과학이 다루고 있는 세계의 범주를 넓혀주거나, 과학이라는 창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거나, 과학을 통해 대중을 만나는 방법들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책들로 한명의 독자라도 더 만났으면 하는 마음을 담기에 충분한 책들이다. APCTP는 내년 1년 동안 이 10권의 책들에 대한 강연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짧은 지면에서 다하지 못한 얘기들이 더욱 많은 독자들과 함께 더욱 풍성해질 것을 기대한다. 


최 진 영 (과학과사람들 대표, 선정위원장)


○ 과학의 품격
강양구 저 | 사이언스 북스

삶을 이야기하면서 과학과 기술을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과학과 기술의 성과나 영향에 대해서 환호하거나 조롱하기는 쉽다. 마음가는대로 즉물적으로 반응하면 그뿐일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 다루기에는 과학과 기술이 우리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크고 심각하다. 강양구 기자는 오랫동안 지치지 않고 과학과 기술과 인간에 대해서 생각하고 성찰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현장을 뛰어다니고 때로는 진실을 알리고 때로는 싸우고 그러면서도 꼼꼼하게 기록을 남긴 몇 되지 않는 현장의 증인이다. <과학의 품격>은 그런 강양구 기자의 인간을 위한 과학을 향한 증언록이자 회고록이다. 과학적 사고가 절실히 필요한 지금 이 순간 대한민국에 사는 사람이라면 꼭 경청해야할 바로 그런 책이 <과학의 품격>이다.

이 명 현 (천문학자, 과학책방 갈다 대표)


○ 관계의 과학
김범준 저 | 동아시아

세상의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상호작용한다. 이렇게 세상의 기본단위가 되는 작은 구성요소들 사이의 상호작용의 법칙을 찾아내어 관찰하고 연구하는 사람이 물리학자다. 그런데 여기 한 통계물리학자가 아주 재미있는 또다른 모델 시스템으로 시선을 돌렸다. 바로 인간 사회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관계를 맺는지 흥미로운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물리학과 수학의 방법론을 적용해 답을 시도한다. 시민들의 비폭력 저항운동이 언제 정권을 바꿀 만큼의 힘을 낼 수 있는지에 ‘상전이’라는 개념을 참고한다. 국회의원들 중 누가누가 친한지 ‘네트워크 이론’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술에 만취한 사람을 어디에서 찾으면 좋을지 과학적인 계산 방법을 제시한다. 읽다 보면 경이롭고 즐겁다. 복잡계 물리학이  풀어내는 세상 속에 한 번 푹 빠져보시라!

장 동 선 (뇌과학자, 과학커뮤니케이터)


○ 남극점에서 본 우주
김준한, 강재환 저 | 시공사

남극과 별과 우주와 천문학자. 남극에는 펭귄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곳에는 우주로부터 오는 미약한 신호를 포착하려는 천문학자들도 있다. <남극점에서 본 우주>에는 미국과 남극을 오가면서, 특히 남극이라고 하는 극한의 환경에서 펼쳐지는 한국의 두 젊은 천문학자들의 분투기가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한편 이 책은 남극이라는 낯설지만 궁금해지는 공간에 대해서 천문학자들이 자신들만의 시선으로 소개하는 여행가이드북이기도 하다. 이들과 함께 남극으로의 여행을 하다 보면 어느덧 우리는 우주로 향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남극점에서 본 우주>에는 그들이 관측하고 실험해서 밝혀낸 블랙홀의 신비와 우주의 비밀에 대한 이야기가 넘쳐흐른다. 천문학의 최전선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지적 여행을 엿볼 수 있는 멋진 책이다.

이 명 현 (천문학자, 과학책방 갈다 대표)


○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
압듈라 저 | 한빛비즈

누구나 내 몸에 대해서 알고는 싶지만 비전공자들이 의학서적으로 학습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 책은 해부학이라는 꺼림칙할 수도 있는 소재를 만화를 통해 전달함으로써 지식과 재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낸 작품이다. 특히 기존 만화의 패러디를 매 화 표지에 활용하기도 하고 내용에는 시사 이슈들을 활용함으로써 흥미진진하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도록 해준다. 도대체 이 드립은 어디서 가져온 것일까를 생각하다 보면 페이지가 저절로 넘어가게 되고 다 볼 때까지 덮을 수 없게 만든다. 게다가 생물학이나 의학 전공자로서가 아니라 ‘병원을 제집처럼 드나들던 프로 환자’로서 작가가 접근한 해부학이 어쩌면 독자들의 눈높이에서는 더 이해하기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지 않을까? 작가의 내공으로 보아 다음 책이 더 기다려진다.

백 두 성 (노원우주학교 관장)



○ 왜 호모 사피에스만 살아남았을까?
이한용 저 | 채륜서

이 책의 저자는 전곡선사박물관의 관장이다. 그는 30년 전인 1990년부터 전곡의 구석기 유적지를 조사하고, 구석기축제를 기획∙운영하고, 박물관을 만들고 학예실장을 거쳐 마침내 박물관장이 되었다. 그는 국내외의 발굴현장에서 유적연구를 하고 있는 연구자이기도 하지만 직접 ‘짱돌’을 깨서 주먹도끼를 만드는 장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유물로만 생각하는 석기를 직접 만들고 그 석기로 고기나 가죽을 자르는데 사용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타임머신을 타고 수십만년 전 선사시대를 여행할 수 있게 도와주는 가이드이기도 하다. 이 책은 인류가 어떻게 진화했는지, 그 진화의 산물인 우리는 왜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게 해준다. 저자는 고고학자이지만 그의 말대로 ‘석기는 과학입니다’.

백 두 성 (노원우주학교 관장)


○ 모든 이의 과학사 강의
정인경 저 | 여문책

자연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달력을 만드는 것도, 상대성원리를 찾아내는 것도 인간의 활동이고, 이시스와 오시리스의 신화를 정교하게 다듬는 것도 인간의 활동이다. 정인경의 <모든 이의 과학사 강의>는 이 모든 인간의 지적 활동들 중 관찰과 합리적인 추론을 바탕으로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꾼 과학의 역사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서양 과학사 위주의 흐름에서 벗어나서 인간 지성이 현실화한 모든 가능성들을 조망하고 있는 이 책은, 좋은 융합적 저술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각기 다른 환경과 역사 속에서 인간의 삶과 과학이 서로 주고 받고 있는 영향들을 폭넓게 기술함으로서, 가장 근본적으로는 독자들로 하여금 인간의 삶 자체, 인간 지성의 본질을 이해하게 하는 일에 성공하고 있다. 대중들의 눈 높이로 씌여진 친절한 책이면서도, 다루고 있는 문제들이 가볍지 않은 점. 서양근대주류과학의 흐름 바깥까지 펼쳐진 넓은 시야도 이 책을 주저 없이 올해의 과학도서 중 한 권으로 선정하는 요인이 되었다. 

최 진 영 (과학과사람들 대표, 선정위원장)


○ 물질의 물리학
한정훈 저 | 김영사

현대물리학은 인류의 역사에서 손꼽힐만한 문명사적 사건이다. 현대물리학의 영향은 오늘날 우리의 모든 일상에 스며들어 있지만, 현대물리학 지식 자체는 극히 전문적이며, 더구나 그 결과가 우리의 직관과는 엄청나게 거리가 있어서 일상적인 경험으로는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렇다보니 대중에게 현대물리학을 해설하는 책은 기본적인 원리와 개념만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한정훈 교수의 <물질의 물리학>은 현대물리학의 결과로 우리가 물질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흔치않은 책이다. 실제 세상이 어떤 모습이고, 물질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가 하는지를 보는 일은 그 자체로 매우 흥미롭고 세상에 대한 우리의 이해의 폭을 엄청나게 넓혀준다. 물질 구조의 기초부터 시작해서 자성, 그래핀, 양자 홀 효과, 그리고 최근 노벨상 수상과 함께 널리 관심을 끌게 된 위상물질까지 물성 속에 담긴 물리학을 흠뻑 맛볼 수 있다.    
이 강 영 (경상대학교 물리교육학과 교수)


○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
앤 드류얀 저 | 김명남 역 | 사이언스북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는 냉전의 갈등을 넘어서서 화합과 평화의 시대를 꿈꾸는 과학자의 소망과,먼 우주를 향해 첫 발을 내 딛는 여행자의 설레임을 담은 책이다. 올해 이 책은 <코스모스>가 추구하는 이상과 비전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저자에 의해 새로 쓰여졌다. 앤 드루얀의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은 2020년의 현실이 인간에게 제시하고 있는 도전들과 그로 인해 호출되어야 하는 새로운 과학을 조망하면서 우리가 당면한 위기를 해결하고 코스모스를 향한 도전을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이 가진 가장 압도적인 장점은 이 책의 모든 곳에, 매우 다양한 종류의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다는 점이다. 우주에서 건져낸 아름다운 사진들, 문학과 예술 등의 타 분야에서 발견한 신선한 영감과 어우러진 매력적인 저자의 면면이 페이지마다 깃들어 있어서, 독자들은 책을 읽는 매 순간을 우주와 역사와 인간을 향한 경이로운 여행으로 즐길 수 있다. 아마 그것이 한권의 책이자 한 시대의 정신이었던 책 <코스모스>의 레거시를 잇는 가장 직접적인 연결고리가 아닐까. 

최 진 영 (과학과사람들 대표, 선정위원장)


○ 엔리코 페르미, 모든 것을 알았던 마지막 사람
데이비드 슈워츠 저 | 김희봉 역 | 김영사  

엔리코 페르미는 현대물리학을 건설한 주역 중 한 사람으로서 핵물리학의 시대를 대표하는 사람이다. 페르미는 특히 직접 남긴 업적 외에도 연구 활동의 리더로서, 또 학생들에게 물리학의 진수를 전해준 최고의 물리학 스승으로서 20세기 물리학의 한 시대를 이끌고 대표했다. 그래서 페르미의 평전을 읽는 일은 곧 양자역학이 탄생하던 1920년대 중반부터 핵물리학이 만개하던 1950년대까지 현대물리학의 빛나는 역사를 읽는 일이기도 하다.  
한편 페르미의 전기를 여기 선정하는 데는 다른 의미도 있다. 외국에서는 과학자의 전기가 중요한 출판 장르 중 하나로서, 활발하게 출판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과학 출판계에서는 과학자들의 평전은 출판사에게도, 독자에게도 홀대를 받아왔다. 다행히 최근 이 책을 비롯해서 주목할 만한 평전들의 출판 소식이 들려온다. 이제부터라도 과학자들의 평전이 많이 소개되기를 바라며, APCTP 올해의 과학도서에서도 앞으로 적극적으로 과학자 평전을 선정하려고 한다.   

이 강 영 (경상대학교 물리교육학과 교수)


○ 2050 거주불능 지구
데이비드 월러스 웰즈 저 | 김재경 역 | 추수밭

전세계가 올 한 해 동안 지긋지긋한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을 겪으면서 이러한 질문을 해본 이가 분명히 있으리라 – 인류는 대체 언제까지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하는 책이 바로 여기 있다. 미국과 유럽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이 책은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상황은 심각하다.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그 근거로 반복되는 역대 최고의 폭염, 산불, 가뭄, 바다와 공기 오염 등을 꼽으며, 바이러스와 같은 질병의 대유행 역시 더 자주 나타나게 될 거라고 경고한다. 실제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세계에 퍼질 수 있었던 배후에도 분명 환경파괴와 기후변화와 같은 요인들이 있다. 이 책은 읽기 불편하고 우리의 두려움을 자극한다. 하지만 2050에 아무도 살기 어려운 세상을 실제로 경험하고 싶지 않다면, 우리는 지금 행동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강력하다. 그래서 특히 올해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장 동 선 (뇌과학자, 과학커뮤니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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