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바이러스는 어떻게 인류를 위협하는가?
최강석 /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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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수의학과 최강석 교수)


지구 생명체의 지배자, 바이러스

2020년 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유발된 공포가 온 세상을 뒤덥고 있다. 코로나19가 출현한 지 벌써 4개월이 되어가는 데도 여전히 바이러스 쇼크의 어두운 그림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도대체 바이러스가 무엇이길래 이렇게 세상의 판을 뒤흔들고 있는가? 

과학자들이 바이러스 존재에 대해 밝혀낼수록 바이러스가 가진 다양성이 확대되어 바이러스에 대한 정설들의 경계가 허물어져 왔다. 그래서 그 기준을 명료하게 정의하기는 복잡해 졌지만, 바이러스는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유전자와 그것을 둘러싼 단백질로 된 물질에 불과하다. 바이러스는 자체 에너지를 생성할 수 있는 대사 도구가 없어서 스스로 자생할 수 없다. 그래서 바이러스는 숙주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생활사의 모든 영역을 숙주 세포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한다. 그러한 물질이 살아있는 숙주를 만나면 정교하기 이를 데 없는 숙주 방어막을 뚫고 진지를 구축하고 그 숙주를 장악해 가는 과정을 보노라면 경이롭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바이러스는 가장 초보적인 생명체인 세균에서부터, 곰팡이, 효모, 식물, 동물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를 서식처로 삼고, 지구상에 존재하는 바이러스 종만 하더라도 약160만종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과학자들의 분석도 있다. 그만큼 지구상에 존재하는 바이러스 종류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엄청난 다양성을 가지고 있다. 우리 인류가 찿아낸 바이러스는 그 중에 기껏해야 1%에 지나지 않는다. 바이러스라고 하면 감염증을 일으키는 병원체 정도로 치부하고 마는 일반 대중의 경향이 있지만, 바이러스가 전적으로 숙주에게 해로운 것만은 아니다. 사실 지구상에 존재하는 99%이상의 바이러스는 숙주에게 크게 해를 끼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바이러스가 존재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숙주에게 도움을 주기도 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바이러스들은 수 천년 이상 오랜 기간 동안 서식처로 삼아온 숙주와 공생의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왜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는가? 예방용으로 활용하는 백신 바이러스나, 질병 치료용으로 이용하는 바이러스를 보노라면 보기에 따라서는 이타적일 수도 있어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이타적인 측면도 사실은 바이러스가 오로지 자신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그 유전자를 보존(?)하는 방향으로, 스스로 생존을 위해서 숙주 영역에서의 진지를 구축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다만, 우리 인류가 그러한 바이러스 전략을 교묘히 역이용할 뿐이다. 바이러스가 지구에서 생존을 위해 불필요한 유전자 일부 부위를 삭제하기도 하고, 필요하다면 다른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취득하기도 한다. 바이러스 유전자의 몸집을 줄여서 보다 효율적으로 바이러스를 복제를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그래서 숙주의 면역체계 앞에서 바이러스끼리도 경쟁을 하고, 그 결과로 적자생존의 기회를 잡은 바이러스가 우점종의 지위를 획득하여 숙주의 세계를 장악해 간다. 그러한 과정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면서 바이러스는 진화해 나간다. 어찌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사람의 세상의 데자부를 보는 것 같지 않은가?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신종바이러스

바이러스는 본질상 지구상에 생명체가 탄생한 이후부터 존재했을 것이다. 또한 지구상 생명체가 진화하면서, 생명체의 진화 과정을 거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도 생명체의 분화 과정에 맞추어 덩달아 진화해 왔다. 그러면서 각종 바이러스는 지구상 특정 생명체를 고유한 서식처로 삼고, 종간 장벽을 만들어 자신만의 고유한 존재 영역을 구축해 왔다. 그렇다고 고유한 숙주영역을 장악하는 데 그치고, 그냥 머물러 있는 것만은 아니다. 

바이러스의 입장에서는 진화의 한 과정에 불과한, 종간 장벽(species barrier)을 뛰어넘는 스필오버(spillover)의 단계, 이른바 신종바이러스의 출현 단계에서는 바이러스가 새로운 숙주에게는 위협의 요인으로 작동한다. 이 단계에서는 바이러스와 새로운 숙주는 공생 관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바이러스는 진지(?)를 구축하기 위해 격렬하게 증식하고, 숙주는 과도하게 면역체계를 가동하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바이러스가 종간 장벽의 벽을 뛰어넘지 못하고 실패하지만, 새로운 숙주를 정복하는 단계로 진행되면 새로운 숙주에서는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게 된다. 

홍역, 천연두, 에이즈(AIDS) 등 우리가 알고 있는 상당수 바이러스가 그렇게 넘어왔다. 최근 들어, 2002년 사스(SARS), 2009년 신종플루, 2012년 메르스(MERS, 한국에선 2015년 발생), 2019년 코로나19 또한 이러한 이벤트를 통해 야생 동물에서 사람으로의 바이러스가 넘어왔다. 이러한 종간 장벽을 극복하는 스필오버는 비단 사람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동물에서 다른 동물종으로 바이러스가 넘어가는 사례가 훨씬 많지만, 수의바이러스 학자들의 관심 영역에만 머물러 있을 뿐, 일반 대중들이 그러한 이벤트에 대한 뉴스를 대부분 접할 기회조차 가지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설령 그런 뉴스를 접했다 하더라도 우리의 건강이나 일상 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경우라서 애써 무시해 왔을 것이다. 조류독감(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발생 뉴스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일 정도이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야생 철새(감염되어도 전혀 피해가 없음)가 원래 숙주인데 최근에 다른 조류종인 닭으로 넘어와서 자주 양계 산업에 큰 피해를 입혀왔다. 

신종 바이러스는 어떻게 출현하는가? 신종 바이러스는 우리가 그 숙주에서 최근에 출현을 했거나 발견한 바이러스를 말한다. 즉 그 숙주에서는 그 동안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바이러스이지만, 사실 그 바이러스가 원래 서식처로 삼고 있는 숙주(자연 숙주)가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경우만 하더라도 최근 사람에서 출현했지만, 원래 박쥐가 가지고 있던 바이러스이다. 즉 자연계에 존재하던 바이러스가 스필오버 과정을 거쳐 새로운 숙주(사람)에 등장했을 뿐이다. 즉 어찌 보면 <하늘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라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최근 사람들의 관심 사항으로 등장한 신종바이러스들(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 등)은 야생 동물로부터 유래하였다. 이러한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에 대한 환경적 배경으로, 소위 “푸시 앤 풀(Push & Pull)”라는 원리가 작동한다. 잠재적 신종바이러스를 가진 야생 동물이 그들의 서식지로부터 강제로 쫓겨나는 푸시(Push)와 그러한 야생 동물들을 사람들이 사는 영역으로 유인하는 풀(Pull) 효과가 신종바이러스 출현의 환경적 여건이, 야생 동물이 새로운 숙주 집단(예, 사람) 서식 환경에 접근할 수 있는 접촉 기회를 증가시켜, 야생 동물이 보유한 바이러스가 새로운 숙주로 넘어올 수 있는 확률을 증가시켜 준다. 코로나19 바이러스 경우에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유전자 계통 분석 결과 중국 관박쥐가 가지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 유래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바이러스의 기원 동물이 박쥐라고 유력하게 거론되는 근거이다. 그래서 어떤 목적이든 간에 동굴에 서식하는 박쥐를 포획해서 취급하는 과정에서 사람으로 넘어왔을 것이라고 유력하게 보고 있다. 결국 서식처에 있는 관박쥐를 인간 세상으로 끌어들이지 않았다면, 신종 바이러스 출현 사태 자체가 생기지도 않았을 것이다. 

중국 우한의 한 재래시장에서 코로나19 사태의 첫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중국 재래시장이 주목을 받고 있다. 사실, 감염병 학자들은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할 수 있는 <푸시&풀> 환경적 여건을 제공하는 화약고로 중국의 재래시장을 주목해왔다. 중국 재래시장은 우리나라와 다른, 각종 야생동물 고기를 먹는 독특한 식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중국 재래시장은 이들 식문화로 인하여 각종 야생동물이 모여드는 집합소 역할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이들 야생동물을 언제 어디서 잡았는지도, 야생동물이 어떤 바이러스들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운이 나쁘면 야생 동물들이 가진 바이러스들이 뒤섞여 신종 바이러스가 생성될 수 있고, 도축하거나 도축한 생고기를 만지는 과정에서 사람들을 감염시킬 위험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재래시장 야생동물이 신종 바이러스를 배양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21세기 신종 바이러스의 위협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고, 그 결과는 항상 예측할 수 없는 여러 가지 바이러스 쇼크를 초래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그 동안 경험하지 못한, 전 세계의 경제적 활동이 정지되다시피 하는 충격적인 사태로까지 이어졌다. 항상 돌발변수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 감염병의 특성이기 때문에, 언제 종식될지 예측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 등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서라도 언젠가는 인류가 코로나19 사태를 해결 것이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신종 바이러스를 목도하면서, 우리의 경험 법칙상 이것으로 신종 바이러스 사태가 끝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향후에도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또 다른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해서 인류를 위협할 수 있는 위험 속에서 살고 있다. 

그러면 신종 바이러스 출현 때마다 언제까지 반복적으로 커다란 바이러스 쇼크를 겪어야만 할 것인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신종 바이러스를 대하는 기존의 공중보건 대응시스템의 한계에 대한 반성과 성찰과 함께, 야생 생태계 위험요인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 신종 바이러스 출현 위험요소에 대한 통제시스템 (특히 식문화 개선), 국제적 감염병 정보 공유 네트워크의 개선 및 국가별 감염병 발생 정보의 투명성있는 공개(보고) 등 사전 예방적 감염병 국제적 대응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대한 전략과 실행 방안을 국제 사회가 논의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코로나19 공중보건 위기로 인하여 손씻기, 마스크 착용하기,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코로나19 뿐만 아니라 호흡기로 전염되는 독감 환자 발생도 크게 줄였다. 그래서 바이러스를 대응하는 인식도 많이 개선되었다고 본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과거 어느 때보다도 바이러스에 유발되는 감염병에 대한 일반 대중의 관심과 인식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바이러스에 대한 지식 습득은 잘못된 정보에 대한 올바른 판단과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합리적인 실천적 행동으로 이어지게 만든다. 최근 다양한 바이러스 서적들이 출간되고 있고, 이러한 저자들의 노력은 과학 문화의 다양성을 확대하고 과학의 대중화에도 크게 이바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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